[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두고 여의도 증권가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10대 증권사 중 8곳의 최고경영자(CEO)가 내년 3월까지 임기 만료 또는 교체가 확정되면서다. 지난해에는 변화보다 안정에 방점을 두고 다수 CEO가 연임됐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연초부터 불건전 영업행위 및 부실한 내부통제 문제 등이 불거지고 있고, 여기에 사모펀드 사태 관련 증권사 CEO 제재가 임박하면서 분위기 쇄신을 위한 CEO 교체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 중 올해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임기만료를 앞둔 곳은 총 6곳이다. 구체적으로 ▲한국투자증권(정일문) ▲NH투자증권(정영채) ▲삼성증권(장석훈) ▲KB증권(박정림·김성현) ▲신한투자증권(김상태) ▲ 대신증권(오익근) 등이다.
나머지 4곳 가운데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은 교체가 확정됐다. 대표적 장수 CEO인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과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로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가 물러났다. 메리츠증권은 불건전 영업행위와 부실한 내부통제 이슈로 금융당국의 고강도 조사가 진행되면서 최희문 대표이사 부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3년을 끌어온 라임펀드 및 옵티머스 펀드 사태 관련 판매사 CEO에 대한 제재 수위 확정도 관심을 끌고 있다. 현행법상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이후 3~5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으로 재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 해당 CEO의 연임 등 향후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또는 다음 달 정례회의에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박정림 KB증권 대표,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정례회의는 통상 격주 수요일로 열리는데, 이달에는 오는 15일과 25일 두 차례가 예정돼 있다.
금투업계에서는 중징계를 부과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지난 2020년 11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라임펀드 사태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박 대표와 양 부회장(당시 사장)대한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옵티머스 펀드 관련 정 대표에게 문책경고를 처분했다.
임기 만료를 앞둔 CEO 가운데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2018년 대표직에 오른 뒤 5연임에 성공했고 현재 6연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의 대행사 보수 미지급과 기술탈취 의혹 등 불공정 거래 의혹 등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이 건과 관련 지난 26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당시 정 사장은 "계약서 상에 나와있는 그대로 이행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실적은 부진한데 금융당국이 증권사를 향해 부실한 내부통제 문제 등을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점도 변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공개적으로 증권사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수차례 이야기 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증권사 내부통제 미비점에 대해 당국에서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연말인사도 '올스톱' 분위기"라며 "연말인사에서 대개 대표 인사 이후 임원진 교체, 조직개편 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제재, 고강도 조사 진행 등으로 상당수의 CEO가 교체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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