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노동계 양대 축의 하나인 한국노총이 사회적 복귀를 선언하면서 꽉 막혔던 노·사·정 대화에 물꼬가 터졌다.
노동계가 사회적 대화 틀 안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운만큼 당면한 노동시장 과제를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 당장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과 플랫폼 근로자 처우개선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도 당면 과제다.
이와 함께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정년 연장 등 고령자 계속 고용에 대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 시대에 맞지 않는 노사관계 제도 현대화 등도 현 정부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 고용부, 한국노총 복귀 물밑 작업…대통령실 설득에 '일사천리'
한국노총은 하루 전(13일) 입장을 통해 사회적 대화 전격 복귀 의사를 밝혔다. 지난 5월 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현 정부와 대화를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한지 약 반년만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 기관은 "한국노총의 복귀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김문수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2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찾아 김문수 위원장과 회동했다. [사진=경사노위 제공] |
이번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는 고용부가 지난 13일 근로시간 제도개편 수정안을 발표한 뒤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국노총은 오랜 기간 우리나라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을 책임져 온 노동계 대표조직"이라며 "조속히 사회적 대화에 복귀해 근로시간 등 여러 현안을 함께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자 한국노총은 한 시간여 뒤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사회적 대화로 복귀하기로 했음을 밝힌다"고 발표했다. 고용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수정안 발표 이후 한국노총의 사회적 참여 복귀 선언까지 채 2시간을 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사노위 관계자는 "노동계가 결단을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면서 "얼마 전 고용노동부가 추진한 회계 공시에 참여하겠다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면서 물꼬를 튼 게 중요한 역할을 했고, 때마침 (구속됐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도 보석 인용돼 여러가지 걸림돌이 순차적으로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기에 근로시간 발표 결과도 노사가 논의를 더 해보라는 쪽으로 나왔고 대통령실에서도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다보니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0.12 leehs@newspim.com |
특히 이번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에는 한국노총 출신인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물밑에서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한국노총에서 20년 넘게 기획조정본부장, 대외협력본부장, 정책본부장, 사무처장 등 요직을 거친 정책통이다. 한국노총 내에서는 '한국노총의 보배'로 불린다.
고용부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고용노동부와 노동계가 물밑 대화를 꾸준히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장관님께서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많이 노력하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노동개혁 과제 산더미…노사정 대승적인 해법 찾아야
정부의 유일한 노동계 협상 창구인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선언하면서 산적한 노동시장 현안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우선 고용부가 하루 전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수정안'에 대한 노사정 논의가 시급하다.
고용부는 현행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면서 연장근로가 필요한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개선방안을 마련한 방침이다. 노사가 원할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로 한정하지 않고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부 업종·직종의 연장근로 관리 단위가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늘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연장근로 확대 필요 업종과 직종 선정과 관련한 구체적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근로시간 제도 개선이 시급한 업종과 직종을 세부적으로 선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업종·직종별 근로시간과 근로형태에 대한 객관적인 실증 데이터, 추가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신속하게 준비해 노사정 간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개편과 결을 같이 하는 임금체계 개편도 노동계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현재 임금체계 개편은 고용노동부가 발족한 '상생임금위원회'에서 집중 논의되고 있다. 상생임금위원회는 임금의 공정성 확보와 격차 해소 등 이중구조 개선과 임금체계 개편 등 임금 문제를 총괄하는 중심 논의체다. 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임금체계 개편 방안 등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초고령사회를 맞아 풀어야 하는 계속고용 방안,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적용 확대 등 노사관계 제도 현대화 등도 현 정부에서 사회적 대화로 풀겠다고 의지를 밝힌 노동시장 개혁방안이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심판·노동탄압 저지 '2023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2023.11.11 yym58@newspim.com |
이들 쟁점은 노사정 대표적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한국노총이 만약 위원회에 복귀하고 노사정 대화가 본격화되면 전체적인 의제 갈무리를 한번 해야 하는데, 의제에 뭐가 포함될지는 노사정 간에 대화를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정년 연장, 노조법 개정 문제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노사정이 논의할 의제는 경사노위 본위원회 밑에 운영위원회 산하의 의제 개발 조정회의에서 실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조정회의는 경사노위 상임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한국노총, 경총의 본부장급 실무 대표들이 참여해 구체적인 논의 안건을 조율한다"고 설명했다.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노사정 모두 다루고자 하는 의제가 다를 수 있을 것"이라며 "의제개발조정위원회를 통해 잘 조율될 수 있도록 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허심탄회한 논의와 공론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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