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르노그룹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도 국내 투자 방침을 시사하면서 국내 친환경차 제조 경쟁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미국 GM, 듀폰(Dupont), IMC, 이콜랩(Ecolab) 등 4개사가 11억6000만 달러(1조5039억원)의 투자를 신고했다고 밝혔다.
제네럴모터스(GM) 로고 [사진=블룸버그통신] |
실판 아민 GM 수석부회장은 15일(현지시간) APEC 최고경영자(CEO)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한국 정부가 규제를 개혁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춰 제도를 개선해왔다는 점에서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며 "지난 20년 간 쌓아온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생산을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엠의 정확한 투자 규모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국내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지엠은 창원공장에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부평공장에서는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이번 투자를 통해 지엠도 국내에서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지엠 한국사업장 노동조합은 그동안 교섭을 통해 지속적으로 본사에 국내 전기차 생산 설비 투자를 요청해왔다. 지엠 한국사업장 관계자는 "본사의 국내 투자와 관련해 전해 듣거나 결정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지엠의 투자 규모와 방향이 정해지지는 않았음에도 이번 투자 결정은 국내 시장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르노그룹 역시 지난 6월 귀도 학 부회장이 프랑스 파리 본사를 방문한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 연 2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 시설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르노는 폴스타, 길리홀딩스와 함께 2025년부터 부산 공장에서 전기차 폴스타4를 생산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르노는 길리그룹과 합작으로 내년부터 부산공장에서 하이브리드 SUV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자체 전기차와 폴스타4 등 위탁 생산으로 부산 공장을 전기차 허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서 작업자가 차량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 뉴스핌DB] |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엠과 르노의 국내 투자 결정은 국내 시장에서 친환경차의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규모가 크지는 않더라도 현대차와 기아가 있고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제 전동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전기차로 가느냐 하이브리드를 거쳐 전기차로 가는지의 문제"라며 "르노가 전기차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지엠도 친환경차 생산을 고려하는 것은 전동화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함이다. 국내 시장에서 통한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도 "지엠의 경우 볼트 EV를 해외에서 수입하고는 있지만 국내 연구소에서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그 만큼 기술적인 부분에서 신뢰도를 갖춘 것"이라며 "친환경차 시장에서 국내 소비자들이 까다롭기 때문에 각종 글로벌 브랜드가 국내에 모델을 출시하고 이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라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의 본사가 있어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높은 곳이라는 점도 다른 브랜드들이 한국을 친환경차 테스트 베드로 사용하는 이유"라며 "향후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추가 투자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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