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올 하반기 재계 인사에서 핫한 인물 중 한 사람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다. 그의 부회장 승진에 대해 재계에서는 HD현대의 오너 경영 복귀를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다.
HD현대는 1987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현대중공업 회장 직에서 물러나 7선 의원과 한나라당 대표, 대한축구협회 회장,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으로 정계와 축구계에서 역할을 하는 동안 권오갑 회장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성과를 내왔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성과는 뚜렸하다. 단적으로 그룹 에너지 분야 성장의 초석을 다졌고, 조선업 불황 시기에는 고강도 개혁을 단행했으며 건설기계 분야를 그룹의 3대 핵심 사업 분야로 성장시켰다. 그래서 HD현대를 두고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 경영 복귀로 가는 과도기에 관심은 쏠릴 수밖에 없다.
중심은 정 부회장이다. 그는 그동안 경영수업 과정과 경영자로의 행보를 통해 오너 경영의 탑을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사진=HD현대그룹 제공] |
정 부회장은 1982년생으로 대일외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에 대리로 입사했다가 같은 해 미국으로 건너가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현대중공업에 다시 돌아온 것은 2013년 6월이다.
정 부회장은 2015년 만 32세의 나이로 상무에 올랐다. 2016년 전무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여기서 선박을 개조하고 유지 보수하는 HD현대글로벌서비스 설립을 주도하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사이클 산업인 조선산업의 특성상 선박 개조 및 유지 보수업이 필요하다고 본 정 부회장의 판단은 정확했다. 선박 관련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HD현대글로벌 서비스는 5년 만에 매출이 5배 이상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 부회장은 2017년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18년부터 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와 지주 경영지원실장을 겸직했다. 2021년에는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정 부회장은 이 기간 동안 그룹 내 주요 사업의 경쟁력 확보와 혁신에 앞장섰으며 동시에 수소와 인공지능 등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했다.
사내벤처였던 아비커스를 자율운항·항해시스템 개발 전문 계열사로 키워낸 것도 정 부회장이다. 꾸준한 투자로 아비커스는 세계 최초 자율운항 2단계 솔루션 '하이나스 2.0'을 상용화하는 등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주요 해외 사업도 총괄하면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회사 아람코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합작조선소 설립을 주도했으며, 2021년에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정 부회장은 조선업을 넘어 최첨단 해양 모빌리티 전문기업으로 그룹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정 부회장은 CES 2023에 참석해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소개했다.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은 무인화와 자율운항을 통해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인류가 바다를 대하는 자세를 완전히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HD현대는 이를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전 세계 모든 선박과 항만, 기상 정보 등을 통합해 최적의 해양 공급망 구축에 앞장설 계획이다.
이같은 정 부회장의 성과와 비전으로 그룹은 오너 경영으로의 복귀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그룹 관계자는 "보수적인 해운사에서 정 부회장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미래 성장 산업을 향한 관심과 함께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성과 뒤에 정 부회장의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해왔다"라며 "이같은 성과로 내부에서는 정 부회장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권오갑 회장은 올해 3연임했다. 정 부회장은 3년의 시간을 벌게 됐다. 정 부회장은 이 기간 동안 그룹 전반의 경영역량을 높이면서 다소 부족한 지주사 지분 등을 보완할 것이란 관측이다.
부회장 취임으로 그룹의 얼굴이 된 정 부회장의 발걸음에 이 회사의 미래 성장이 달렸다. HD현대의 미래에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