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올해 3분기 가계 통신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줄었다. 고객이 직접 내는 전화요금을 집계하는 통신서비스 부문은 5분기 연속 평균 10만원 수준을 유지했다. 물가 인상폭 대비 통신비는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조수빈 기자] |
28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80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통신 지출은 12만996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만1373원) 보다 1.1% 줄었다. 전체 소비지출 중에서 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4.6%다. 지난해 3분기에는 4.9%이었는데 0.3% 포인트 준 것이다.
통계청에서 말하는 통신비는 전화요금 등을 포함한 통신서비스 비용과 휴대폰 단말기 비용을 포함하는 통신 단말 비용을 합한 값이다. 이 기간 통신 지출이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4.6%로 조사됐다.
통신비 중 76.6%는 통신서비스 비용이 차지한다. 평균은 가구당 10만원으로 일반전화요금·이동전화요금·인터넷 이용료, 통신장비 수리비 등 기타 비용이 포함된다.
3분기 통신장비 비용은 가구당 평균 3만원으로 전체 통신비 중 23.3%를 차지했다. 통계 상으로 봤을 때엔 여전히 통신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급격히 는 것은 통신 장비 지출 금액이다. 전문가들이 집중한 부분도 여기다.
◆10년간 기록상 단말기 가격 인상률 더 높아
전문가들은 직전 분기나 전년 동기와 같은 단기적 수치를 볼 것이 아니라 장기간의 시계열 지표를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10년간 기록을 보면 통신요금 인상폭보다 단말기 인상률이 더 높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따져보면, 가계통신비 중 통신 요금은 지난 2013년 14만3000원에서 지난해까지 약 10년간 9만9000원으로 30%가량 떨어진 반면, 휴대전화로 대표되는 통신 장비 지출금액은 9000원에서 2만9000원으로 322% 급증했다.
통계청이 자세한 수치를 제공하지 않아 휴대폰,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 중 어떤 부분이 증가했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순 없다는 한계는 있다. 그러나 휴대폰을 포함한 통신 장비 금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기반으로 보면 고가의 통신 장비들이 통신비에 영향을 준 것은 명확해 보인다는 것이다.
변재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통신서비스 비용은 통상 전체 소비자 물가 지수 대비 높았던 적이 거의 없다. 코로나19 때 일시적으로 통신비를 지원해준 적이 있는데 지원금이 종료되고 난 이후 이례적으로 통신비는 다소 높게 나타났다"며 "정부에서 항상 통신비 인하에 힘을 주고 있고, 알뜰폰의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어 통신비는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 역시 "통신 서비스비는 유·무선 구분도 되지 않고 다른 비용도 포함돼 있어 정확한 분류는 어렵지만 5G 요금도 저렴해지고 있고 사용 트래픽 대비 평균 서비스 지출이 동일한 점으로 보아 통신비는 꾸준히 인하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통신비가 통신장비 비용에 사실상 연동되고 있는 만큼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중저가 단말 출시 등 단말기 가격에 대한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삼성전자와 협의한 결과 연내에 KT와 협업해 출시한 갤럭시 점프3 등2종을 비롯해 내년 상반기에 3~4종의 중저가 단말기를 출시하기로 했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10일 오후 서울 광진구 강변테크노마트 6층 휴대폰 집단상가의 모습. 판매점 앞에 마스크를 쓴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2020.08.10 nanana@newspim.com |
◆단말기뿐 아니라 OTT 비용 포함한 '진짜' 통신비 재정립 해야
실제 '통신비'에 대한 정의도 달라져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나 음악 스트리밍 앱 구독료 등 유료콘텐츠 비용이 포함되지 않아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유엔은 2018년 '통신'을 디지털기기와 통신서비스까지 포함하는 '정보통신'으로 확장하는 통계 개정안을 발표했다. OTT 구독 등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통계에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 통계에만 근거해 통신비 인하 정책을 추진할 경우 점점 늘어나는 디지털 콘텐츠 비용 부담에 대한 대책은 빠져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통신비 인하를 체감하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계통신비 비중에선 소비지출대비 가계통신비 비중이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스마트폰 도입 이후 통신비에는 필수 통화 목적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통신비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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