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가 우리나라 부산과 이탈리아 로마를 제치고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성공했다. 막대한 '오일머니'(석유 자본)를 등에 업은 사우디는 국가 사업인 '비전 2030'에 빛을 더할 엑스포 유치를 위해 오랫동안 다른 국가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압도적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사우디는 165개국 중 119개국의 지지를 얻어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다. 우리나라와 이탈리아는 각각 29표와 17표를 얻었다.
과거 투표가 대부분 1차가 아닌 2차까지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우디는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1차 투표에서 한 후보지가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지난 2015년 밀라노 이후 처음이다.
이번 엑스포는 BIE가 주관하는 엑스포 중 가장 격이 높은 행사로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3대 국제 행사로 분류된다. 막대한 경제 효과가 예상되는 엑스포 유치를 위해 사우디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이탈리아 역시 사활을 걸고 회원국 설득에 나섰다.
사우디 언론에 따르면 모하메드 빈 살만(MBS) 사우디 왕세자는 이날 리야드의 성공적인 2030년 엑스포 유치와 관련해 살만 국왕을 축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사우디를 지지해 준 국가들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2030년 엑스포 개최 승리는 사우디에 대한 전 세계의 신뢰를 반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우디가 유치에 성공하면서 2030년 엑스포는 2030년 10월부터 2031년 3월까지 리야드에서 진행된다. 이로써 사우디는 2020년 두바이에 이어 중동 지역의 두 번째 엑스포 개최국이 됐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사진=블룸버그]2023.11.29 mj72284@newspim.com |
사우디는 '변화의 시대:미래를 내다보는 내일로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엑스포 유치전에 나섰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는 선봉에 서 유치전에 심혈을 기울였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승리가 사우디의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 프로그램에 빛을 더해줬다고 평가했다. '비전 2030'은 사우디가 석유 의존도를 줄여 경제를 다변화하는 한편 세계적 참여도와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계획이다.
사우디의 압도적 승리의 배경에는 막강한 '오일머니'가 있다. 오는 2030년까지 국가 전역에서 3조30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인 사우디는 이 중 78억 달러를 엑스포를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밝히며 회원국들을 설득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외교 공세와 화려한 이벤트를 통해 오랫동안 BIE 대표단을 설득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BIE 인사들은 폴리티코에 사우디가 특히 다른 국가에 투자 기회를 제안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전했다.
파이살 외무장관은 엑스포 유치전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세계가 세계를 위해 만든 엑스포를 개최하기 위해 모든 국가와 협력하겠다고 확고히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인권 탄압 등 부정적인 국제사회의 여론 속에서 사우디가 엑스포 유치에 성공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사우디가 엑스포 유치에 공세를 펼치면서 일부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2018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후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엑스포를 이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서방에서는 카슈끄지 살해의 배후에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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