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전국적으로 주택경기가 하락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아파트 전셋값은 강세 흐름이 꺾이지 않고 있다. 집값 하락에 전세를 찾는 수요가 늘었고 '빌라 사기' 여파에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학군지, 도심지 등 주요 단지의 전셋값이 연중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대폭 감소하는 만큼 전셋값 상승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아파트값 하락 전환...전셋값은 연중 최고가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전세시장 강세가 지속하면서 서울 주요 단지의 전셋값이 연중 최고가에 육박하고 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7단지'는 전용 59㎡가 이달 5억9000만원에 전세로 거래됐다. 올해 3억3000만원까지 하락했던 전셋값은 수요 증가에 점차 몸값을 높이더니 8개월 만에 78%(2억6000만원) 상승했다. 전용 66㎡는 이달 7억원에 전세 거래돼 연중 최고가 6억5000만원을 뛰어넘었다.
전세수요 증가와 고금리 등으로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김학선 기자] |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전용 84㎡는 이달 12억원 전세로 거래됐다. 연초 6억원까지 하락했다가 연말을 앞두고 100% 급등했다. 전용 59㎡는 9억5000만원으로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전용 59㎡는 전세 거래가격이 7억7000만원이다. 연중 최고가이자 연초 5억5000만원까지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9개월새 40% 상승했다. 마포구 '공덕자이'의 전용 59㎡도 7억5000만원으로 연중 최고가를 찍었다.
서울 주요 단지의 전셋값은 매매시장 약세 흐름과 달리 여전히 강한 분위기다. 집값 하락에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수요가 전세로 눌러앉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주택 매수시기를 늦추려는 경향도 강하다.
빌라 전세사기 여파로 아파트 선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6개월 만에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인정받은 피해자가 9000명에 달했다. 해당 주택을 매각해도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도 700억원대 수원 전세사기가 발생하는 등 빌라 전세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 입주물량 감소에 전셋값 강세 당분간 불가피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감소해 전세난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둔화 우려와 집값 하락 전망에 주택을 매수하려는 관망세는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 조사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에 아파트 총 2만2196가구 입주한다. 이는 전월 3만2206가구 대비 31%, 전년동월 2만4028가구 대비 8% 줄어든 수치다. 12월 물량으로는 2014년 1만6495가구 이후 가장 적은 물량이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1376가구로 올해 3만 470가구보다 63% 정도 급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주택 거래가 줄어든 반면 전세 수요는 늘면서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며 "입주물량 감소와 공급 부족, 신축 희소성 등으로 수도권 아파트의 전셋값 오름세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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