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구글이 오픈AI의 최신 AI 언어모델인 'GPT-4'를 능가하는 초고성능 AI '제미나이(Gemini)'를 7일 공개했다. 제미나이는 데이터센터부터 모바일 기기까지 모든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춘 게 특징이다. 기존 AI 언어모델이 텍스트 중심인 데 반해, 제미나이는 이미지와 동영상은 물론 오디오까지 데이터에 대한 이해와 추론이 가능하다.
구글이 이날 공개한 벤치마크 MMLU(Massive Multitask Language Understanding) 결과에 따르면, 제미나이는 멀티모달, 추론 및 이해, 다양성과 정확도 측면에서 모두 GPT-4를 능가한다. 구글은 ▲ 최고 성능의 '울트라(Ultra)' ▲ 범용 모델인 '프로(Pro)' ▲ 온 디바이스 작업에 적합한 '나노(Nano)' 등 세 가지 버전으로 제미나이를 출시할 계획으로, '제미나이 프로' 모델은 이날 업그레이드를 통해 바드 영어버전에 곧바로 적용했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은 제미나이와 함께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다. 이는 가장 뛰어난 최첨단 성능을 자랑하는 AI 모델로 다양한 벤치마크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며, "첫 번째 버전인 제미나이 1.0은 울트라, 프로, 나노 등 다양한 규모에 맞게 최적화됐다. 제미나이로 펼쳐지는 앞으로의 시대는 구글이 한 기업으로서 진행했던 가장 큰 과학적 및 기술적 노력 중 하나로, 다가올 변화와 제미나이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제공할 기회들이 진심으로 기대된다"고 자신감을 전했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사진=구글 유튜브 채] |
관련 업계에선 구글의 제미나이 출시가 네이버와 카카오 등 경쟁 열위에 있는 기업들의 AI 지배력을 약화를 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구글의 제미나이가 시사하는 바는 AI의 성능 발전과 영역 확장이 지수 함수적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AI 경쟁 구도에서 빅테크의 경쟁 우위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며, "오픈 AI의 GPT-4가 처음으로 이미지를 인식하는 멀티모달 성능을 보여준 것이 2023년 4월이었다. 이후 8개월 만에 이미지뿐 아니라 동영상과 오디오까지 높은 수준으로 이해하고 추론할 수 있는 멀티모달 모델이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또 "멀티모달이 가능해지면 기존의 텍스트만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었던 AI에 비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대폭 확장될 수 있다. 또한 사람이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통해 배우듯이 학습 능력도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며, "오픈AI, 구글 등 선두 업체들의 파운데이션 모델이 발전할수록 이와 경쟁하는 AI 모델을 만들거나 제한적인 기능만 구현할 수 있는 AI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은 약해지고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이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자료=구글 한국 블로그] |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 8월 한국어 특화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였지만, 이는 GPT-4 대비 전반적으로 성능이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구글은 올해 상반기 바드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곧바로 한국 시장 내 검색엔진 점유율 확대와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바드 한국어 서비스' 출시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일례로 카카오톡과 유튜브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 7월 기준으로 각각 4116만, 4116만을 기록해 유튜브가 카카오톡을 따라잡는데 성공했다. 국내 인터넷 포털사이트 점유율 역시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네이버가 58%, 구글이 33%를 기록해 지난해(네이버 63%, 구글 27%) 대비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구글이 제미나이를 통한 AI 서비스 역량을 강화함에 따라 네이버와 카카오의 글로벌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양사가 안방시장인 한국 외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규모 언어모델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을 소개하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사진=네이버] |
특히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기술탈취 시도, 주가조작 의혹 등으로 규제당국의 압박을 받는 가운데, 최근 내부 임원 간의 폭로전과 노사 갈등까지 겪으면서 계획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카카오는 조만간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 콘텐츠를 제공하는 'AI 콘텐츠 봇'을 추가해 AI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지만, AI 서비스의 품질 개선을 위한 데이터센터 추가 확대까지 무산되면서 사업 전반의 차질이 예상된다.
반면,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공개 이후, 이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 X'와 생성 AI 서비스 '큐(CUE:)'를 선보이는 등 국내 AI 사업 기반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네이버는 큐의 할루시네이션을 줄여 서비스 퀄리티를 높이는데 집중, 이를 쇼핑, 로컬 등 자사 버티컬 서비스와 연동해 이용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울러 네이버는 최근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오픈하면서 '클로바 스튜디오'와 '뉴로 클라우드 for 하이퍼클로바 X' 등의 B2B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고객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AI와 관련해 2023년 말 검색, 광고, 쇼핑 등 B2C 서비스의 베타 테스트 진행 지속, 2024년부터는 정식 서비스 출시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생성형 AI 서비스를 통한 수익 창출에 기반을 다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특히 B2B 부문은 기업용 AI 솔루션 서비스 시작으로 생성형 AI 사업의 수익화가 빠르 게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사진=뉴스핌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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