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도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당초 IRA에서 보조금 지급이 제외되면서 판매 부진이 예상됐지만 리스 확대로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1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11월까지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8만4690대다. 이는 전년 동기의 5만3663대와 비교해 58% 증가한 수치다.
위 현대차 아이오닉5, 아래 기아 EV6 [사진= 현대차그룹] |
현대차는 미국에서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판매 2위를 기록 중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올해 1~9월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85만2904대다. 이 중 가장 많이 판매된 브랜드는 48만9454대의 테슬라다. 테슬라의 점유율은 57.4%로 과반을 차지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합계 6만3916대, 합산 점유율 7.5%로 테슬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1위와의 격차가 크지만 쉐보레, 포드, BMW 등의 글로벌 브랜드를 제친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개별 판매량으로도 각각 4만612대, 2만3304대로 4위, 9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 2위 기록은 IRA 여파에도 달성한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돼 수출하는 것으로 IRA에 따라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렌터카와 리스 등 상업용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시작했다. IRA는 북미에서 조립된 차량에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상업용 차량은 북미에서 조립하지 않은 전기차에도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3월 개최된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미국 재무부 가이드라인에 있는 상업용 리스 조건이나 현지 공장을 통해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정답"이라며 IRA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국 내 리스 차량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내 상업용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지난해 5%에서 올해 8월 55%까지 늘린 바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의 선전을 바탕으로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월간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12만5693대를 판매하며 역대 10월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했으며 11월에도 13만4404대로 월간 최다 판매를 달성했다.
11월 전기차 판매량도 691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5.4% 늘었다.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등을 포함한 친환경차 전체의 판매량은 2만13대로 전체의 14.9%를 차지했다. 2만13대는 저년 동기보다 34.5% 늘어난 수치다.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사진= 현대차그룹] |
내년에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까지 상업용 전기차를 판매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3분기부터는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 공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본격 양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IRA가 시행돼 미국 내 생산 차량이 아닌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데도 상업용 차량의 확대로 제대로 대응해냈다"며 "내년에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 공장에서 전기차 양산이 시작된다면 상업용 차량과 함께 더욱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과 함께 역시 친환경차를 필두로 한 상업용 차량의 확대가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내년에 있는 미국 대통령선거는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에는 IRA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변수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으로 IRA 개정을 내놓았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감안하고 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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