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ASML 본사를 찾아 양국의 반도체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한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1, 2위인 기업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하이닉스 회장도 동행하는 가운데, 네덜란드와의 '반도체 동맹' 구축이 이번 국빈 방문의 가장 큰 목표다.
1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12일부터 공식 환영식과 전쟁 기념비 헌화, 국왕 내외와의 친교 오찬 및 국빈 만찬 등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ASML 본사를 방문한다.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ASML '클린룸'도 둘러볼 예정이다. ASML이 외국 정상에게 클린룸을 공개하는 것은 반도체 경쟁국들이 동향을 예의주시할 정도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성남=뉴스핌] 이호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빌렘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의 초청으로 첫 국빈 방문 순방길에 오르고 있다. 네덜란드 방문은 1961년 양국 수교 이후 한국 대통령의 첫 네덜란드 국빈 방문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본사 방문 등 일정을 통해 네덜란드와의 '반도체 동맹'을 공고히 할 예정이다. 2023.12.11 leemario@newspim.com |
ASML은 극자외선(EUV)을 이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노광장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노광장비는 극자외선 등 빛을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비추며 극히 미세한 회로를 새길 때 사용된다. 차세대 기술을 도입할수록 미세 공정이 까다로워지면서 최첨단 노광장비가 필요하다.
ASML은 1년에 30~40대의 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다. EUV 장비는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에 반드시 필요한데, 이 장비의 확보 여부가 생산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한국과 중국, 대만, 미국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ASML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장비 공급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최신 노광장비를 구하려는 반도체 기업들이 줄을 서 있다 보니 장비 확보가 곧 초미세 공정 경쟁력이 됐다. 이 때문에 ASML은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로도 불린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6월 유럽 출장에서 ASML 본사를 찾는 등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회장은 11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의 공식 방한 당시에도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차담회를 가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ASML의 주식 158만407주(0.4%)를 갖고 있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정상 반도체기업인 차담회에서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왼쪽 두번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2.11.17 photo@newspim.com |
최태원 회장 역시 2015년 네덜란드를 찾아 ASML 본사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베닝크 CEO와의 차담회에 동석해 반도체 사업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계기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오찬 회담, 베닝크 CEO와의 두 차례 만남 등을 통해 ASML의 한국 공장 투자를 요청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ASML의 방문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납품받을 EUV 노광장비를 늘릴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한국과 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의 관건은 한국을 ASML의 제조기지로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반도체 동맹 구축을 위해 반도체 대화체 신설, MOU 체결, 공동사업 발굴 협의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반도체 동맹의 기반 위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고, 가치 연대에 기반한 외교안보 협력, 첨단기술 연대에 기반한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출국 전날 공개된 AFP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네덜란드 국빈 방문이 반도체를 비롯한 양국의 경제안보 분야 협력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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