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최근 국내 기업 출신 임직원들이 중국 등 해외 기업에 핵심 기술을 유출하는 문제가 끊이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술 유출에 따른 기업들의 피해 규모는 수조원 대에 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뚜렷한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핵심 기술을 빼돌려 중국 기업에 넘긴에 혐의를 받는 전직 삼성전자 부장 김모 씨와 협력업체 A사 전 팀장 방모 씨가 구속됐다.
김 씨는 지난 2016년 중국의 신생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에 이직해 국가핵심기술인 18나노(nm·10억분의 1m)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무단 유출해 제품 개발에 사용하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방씨는 김씨와 공모해 A사의 첨단 기술인 반도체 증착장비 설계 기술 자료를 빼돌린 혐의다.
검찰은 현재 기술 유출에 따른 단순 피해액이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 출신 임직원들이 중국 등 해외 기업에 핵심 기술을 유출하는 문제가 끊이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전 삼성전자 부장 김모 씨와 관계사 방모 씨가 지난 15일 오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호형 기자] |
이 같은 사례가 국내 각 기술 관련 산업 분야에서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반도체·전기전자 등 산업 기술의 해외 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142건에 달한다.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은 같은 기간 47건이며 반도체 관련 기술 유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5년간 기업 피해 추산액은 25조원으로 조사했으며, 실제 적발되지 않은 유출 건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기술 유출 피해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나름의 자구책을 세워놓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경우, 삼성전자는 정기 감사를 통한 사내 문서관리, 네트워크 취약점 및 해킹 위협 분야에 대한 보안 관리 체계 등을 꾸려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 보안과 정보보호 인식 제고 프로그램 운영을 비롯해 우수 인력을 대상으로 정년 이후 근무하는 '시니어트랙' 제도 등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구성원에게 사내 보안수칙을 정기적으로 교육하고 있으며 다양한 보안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 출신 임직원들이 중국 등 해외 기업에 핵심 기술을 유출하는 문제가 끊이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직원들. [사진=블룸버그] |
디스플레이 등 전자부품 업계 또한 기술 유출 피해가 심각한 만큼 자체적인 대책을 꾸리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을 외국에 빼돌리다 적발된 사례는 19건에 달했다. 적발되지 않은 건수를 포함한 기술 유출은 같은 기간 112건에 이른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포함한 디스플레이 패널 및 소재·부품·장비 17개사 등은 지난 4월 '디스플레이 산업기술보안협의회 3기'를 발족하고 국가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세웠다. 또 핵심 기술 수출 승인 절차 등 수출 보안지침을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직접 기술 유출을 근본적으로 막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기술 유출 규모를 더 이상 확산시키지 않기 위해선 핵심 업무 분할과 보수 확대, 사내 교육 등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에 대한 악감정 등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기업이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직원이 기술 전반을 모두 알지 못하도록 업무를 세분화하면서,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퇴사 후에도 이어지도록 처우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또 "국가 차원에서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관련 처벌법을 강화해야 유출 사례가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반도체공학회 부회장(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은 "각 기업에서 기술 유출에 대한 교육을 철저하게 시켜야 할 것"이라면서 "동시에 추가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기술 유출에 가담한 전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처벌을 엄격하게 내려 처벌 모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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