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CEO의 일거수일투족은 해당 기업 임직원은 물론 시장 투자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의 관심사다. CEO 반열에 오른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의 활약상을 연중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메가 케리어(초대형 항공사)'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애초 올해 인수합병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최종 승인은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조원태 회장은 20년 가까이 항공업에 종사한 '항공전문가'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 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자신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선택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초대형 항공사로의 변신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악재 속에서도 흑자구조를 이끈 조 회장이 초대형 항공사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주목된다.
◆ 자산·화물실적 합산시 세계 7위 항공사 도약...항공업계 대형화 추세
조원태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은 최우선 과제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의 결합 승인을 남긴 상황에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조 회장이 아시아나 인수로 대형 국적항공사 출범에 나선 것은 M&A로 글로벌 항공사들이 몸집을 키우는 추세와 궤를 같이한다. 2004년 프랑스 항공사 에어프랑스가 네덜란드 항공사 KLM을 인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KLM은 유럽의 저비용항공사(LCC) 확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으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높이고 싶었던 에어프랑스에는 기회였다. 에어프랑스는 KLM 주식 80%를 인수한 후 유럽 최대 항공사로 이름을 올렸다.
영국의 인터내셔널 에어라인 그룹(IAG)은 2009년 브리티시항공(BA)과 스페인 이베리아항공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이후 2015년 아일랜드의 에어링구스도 인수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항공사들도 M&A로 위기를 돌파했다. 미국 아메리칸에어라인-US에어 등 7개사(2005년), 델타항공-노스웨스트에어라인 등 3개사(2008년), 유나이티드항공-콘티넨털항공(2010년) 등도 합병으로 거대 항공사가 됐다.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면 대한항공은 자산 40조원을 보유한 세계 10위 권 초대형 항공사에 자리한다. 여객 및 화물 운송 실적 기준 대한항공 19위, 아시아나항공 29위로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산 시 세계 7위권으로 도약한다.
합병 여부는 내년 상반기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합병을 위해서는 14개 국가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이 중 11개국에서 승인을 받았고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이 남았다. EU는 내년 2월 14일까지 결합 승인 여부를 결론 내기로 했다. 이들이 요구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 분리 매각을 조 회장이 수용했기 때문에 합병 승인이 이뤄질 것이란 분위기가 짙다. 다만 가격 담합과 독점 등을 이유로 미국이 합병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그룹의 명운을 건 모습이다. 최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합병 절차에 플랜B(대안책)는 없다. 잘될 것이고 걱정하지 않는다"며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아시아나항공 통합 뒤 경영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 경영권 분쟁 위기 넘긴 오너3세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난 조 회장은 청운중학교, 미국 마리안고등학교, 인하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입사한 후 이듬해 대한항공으로 옮겨 경영전략본부 경영기획팀 부팀장, 상무보 등을 거쳐 2007년 한진그룹 계열사인 유니컨버스의 대표이사가 됐다. 2016년 총괄부사장 승진 후 대한항공의 대표를 처음 맡았고, 2017년 사장 승진 후 2019년 한진칼 대표이사에도 올랐다. 같은 해 부친 조양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조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른 이후 최대 위기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다. 2020년 그레이스홀딩스(한진칼 지분 17.54%), 대호개발(17.15%), 조 회장의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5.71%)이 모인 3자 연합은 2019년 4월 고 조양호 한진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회장으로 올라선 조 회장에 맞서 3자 연합을 꾸려 경영권을 다퉜다.
3자 연합은 2020년 3월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이사진을 제안했지만 모두 부결됐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결정됐다. 3자 연합은 지분율을 끌어올리며 한 때 최대주주 요건을 갖췄으나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해 조 회장의 우호지분이 되면서 지분 싸움에서 결국 패했다.
결국 안정적인 기업 운영을 원했던 산업은행의 지원으로 조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조 회장에게 중대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 코로나19에도 흑자 이어가...실적 개선 뚜렷
조 회장이 취임한 후 기업 실적은 개선되고 있다. 특히 여행 수요가 사실상 끊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2020년 연간 영입이익이 흑자를 기록해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2020년 매출 7조6105억원, 영업이익 1073억원을 나타냈다. 이듬해에는 매출 9조 168억원, 영업이익 1조4180억원으로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객수요 감소가 전년 동기대비 절반 이상 줄었지만, 화물 수송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국내 최초로 여객기 좌석을 떼어낼 정도로 화물 운송량을 극대화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자 실적은 더욱 호전됐다. 2022년 매출액 14조 961억원, 영업이익 2조830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액 15조9926억원, 영업이익 1조9613억원이 예상된다.
장거리 노선의 좌석 부족과 운임 상승으로 내년 영업이익도 긍정적이란 전망이 많다. KB증권은 내년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이 2조1586억원으로 전년보다 16.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를 25.0% 상회하고, KB증권의 기존 전망을 18.4% 웃도는 수준이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