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내년 금리인하를 시사한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경계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긴장감을 늦추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 간담회에서 "여전히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총재는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향후 추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노동비용도 여전히 높다"며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한 라스트 마일(last mile·마지막 단계)은 지금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지난주 연준과 유럽중앙은행이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을 반영해 물가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도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점도 라스트 마일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설명했다.
파월 의장 발언과 관련해서도 시장과 다른 분석을 내놨다.
이 총재는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논의를 본격 시사한 것은 아닐 수 있다"며 "(파월 의장이)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크게 변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2023.12.20 ace@newspim.com |
이어 이 총재는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논의 사실이 있다고 말해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금리를 유지하는 게 긴축적이며 얼마나 오래 유지하냐는 것에는 변화가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 금리 인하 시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상·하방 요인이 혼재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미국에서 금리를 내리면 원/달러 환율은 떨어져 수입물가는 내려오고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미국 금리 인하로 경기가 좋아지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국내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
이 총재는 "미국이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기며 국제시장이 안정됐다"며 "환율, 자본 이동 등 제약 요건이 풀린 것이라 국내 요인을 보며 독립적으로 (금리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인 2%로 내려오는 시점을 2024년 말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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