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은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재건축 절차에 착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건축연한 30년이 다가오는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주택 재건축을 위해서는 우선 안전진단에서 D∼E등급을 받아야 가능하다. 안전진단 절차가 생략되면 정비사업 기간이 최소 1~2년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 일부 단지는 구조안전성, 설비노후도 등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수년간 재건축 문턱을 넘지 못하는 때도 있어 도심에서 재건축 추진이 대거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제 막 재건축 연한이 지났거나 다가 온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 및 중반 입주 아파트 들이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이 가운데 서울 노원구 상·중·하계동과 중랑구 신내동, 강서구 등촌동, 동작구 사당동 일대 대단지들이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이들 대상 아파트는 용적률이 비교적 높아 사업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남은 상태다.
◆ 안전진단 폐지시 사업기간 1~2년 단축...25년 넘은 아파트 수혜 대상
24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30년 이상 낡은 주택에 대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방안을 모색하면서 서울시내 80년대후반 및 90년대초반 입주 아파트에 대한 정비사업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관측된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중랑구 중화2동 모아타운(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 현장을 찾아 "서울 주택의 절반 이상이 20년 이상 노후화됐고, 저층 주거지의 경우에는 35년 이상 된 주택이 절반에 가까워 주민들의 불편이 매우 크다"며 "30년 전에 머물러 있는 이 낡은 주택을 편안하고 안전한 주택으로 확실하게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전진단 완화를 포함해 사업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재건축, 재개발 사업 절차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노원구 아파트 모습. [사진=이형석 기자] |
현재 서울 아파트 185만가구 중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37만가구(20%)로, 제도 개편 시 서울 아파트 5가구 중 1가구 정도가 혜택 범위에 들어가게 된다.
먼저 재건축 연한이 30년을 맞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 입주 아파트들이 관심을 받는다.
80년대 중후반 입주 아파트인 서울 노원구 상계·중계 일대와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상당수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을 본격화했다. 특히 재건축 열망이 높은 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들의 재건축 추진은 상당히 진척된 상태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 입주를 시작해 준공 30년을 넘겼거나 임박한 단지들은 서울에서 동작구 사당·상도동에 포진해 있다. 이들 단지는 80년대 후반 사당동 일대 재개발 사업으로 들어선 대단지 아파트들이다. 지하철 역으로는 서울지하철 4·7호선 총신대입구(이수)역과 7호선 남성역 주변에 있다.
사당동엔 대림(1152가구, 1990년), 우성2단지(1080가구, 1993년), 우성3단지(855가구, 1993년) 극동(1550가구, 1993년), 신동아4차(912가구, 1993년) 등이 있으며 상도동엔 삼호아파트(682가구, 1994년) 등이 대표적이다.
역시 재개발사업으로 형성된 영등포구 신길동, 대림동 의 대단지들도 관심대상이다. 1986년 입주한 신길 우성1·2·3차 약 1890가구와 건영 386가구는 지난해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했으며 신길우성4차(476가구, 1991년) 신길우성5차(321가구, 1993년) 등도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졌다.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특히 1995년~1999년 준공돼 건축연한 25년~29년차 들어선 아파트들이 재건축 추진에 많은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건축연한 30년이 지나면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모아 예비진단, 정밀안전진단 등을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그 과정이 생략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여기에 해당하는 서울 아파트는 736단지, 27만2045가구다. 전체의 14.7%를 차지한다.
지역적으로는 노원구 일대, 중랑구 신내동, 강서구 등촌동 등이 관심을 받고 있다. 용적률을 기존보다 80~100%p(포인트) 정도 늘릴 수 있고, 단지 규모도 1000가구 규모로 조성할 수 있어 단지가 적지 않다. 사업성을 갖춘 아파트가 많은 셈이다.
노원구 일대에는 30년 이상 된 낡은 아파트가 대거 포진돼 있는데 25년을 갓 넘긴 단지도 상당수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948가구, 1995년), 청구3차(780가구, 1996년), 상계동 은빛2단지(1313가구, 1998년), 두산(763가구, 1994년), 하계동 하계1차청구(700가구, 1997년) 등이 주요 아파트다.
노원구와 가까운 중랑구는 신내동 신내11단지대명(804가구, 1996년), 신내9단지진흥(1650가구, 1996년), 신내9단지진흥(1650가구, 1996년) 등이다. 한강변 강서구 등촌동도 관심 지역이다. 등촌주공3단지(1016가구, 1995년), 등촌주공5단지(1045가구, 1995년), 부영(712가구, 1994가구) 등이 안전진단 폐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 사업성 지원 정책 부재시 시장 미치는 영향 제한적
사업 속도가 빨라지더라도 재건축 사업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는 남았다.
1990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들은 대체로 용적률이 200%를 웃돈다. 과거 용적률이 100%를 밑돌던 개포동 일대, 반포동 일대 저층 아파트와 비교해 용적률 상향 여지가 크지 않은 것이다. 도시계획법 시행령에 따르면 도시지역 내 2종 일반주거지역 최대 용적률은 250%다. 기부채납 등을 통해 용도지역을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한 후 용적률을 300% 이하로 적용받는 게 최대다.
용적률 상향 여력이 50~60%p에 불과하다면 재건축이 쉽지 않다. 일반분양을 대거 확대하기 어려워 조합원 분담금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부족하면 조합 내 갈등이 심해지고 사업에 탄력이 붙기 어렵다. 애초 1기신도시인 분당(평균 184%, 일산(169%), 중동(222%) 등이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선택한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최근 정부가 노후주택 특별법으로 용적률 상한을 최대 500%로 완화하면서 재건축의 길이 열린 것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부담이다.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 기준을 현행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완화했으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는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도입됐으며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 잠시 시행이 유예됐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도입됐다.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에서 최대 50%를 환수하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의 대표적인 대못 규제로 꼽힌다. 부과대상 단지와 분담금이 줄었지만 평균적으로 5000만원 수준의 청구서가 배달되고 있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도 "정비사업 진행에서 안전진단 과정도 중요하지만 분양가, 공사비, 금리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용적률 상향 등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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