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 6개국이 연합한 걸프협력이사회(GCC)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최종 타결했다.
자동차와 무기류 등 방위산업, 자동차부품, 선박 등의 관세가 최대 20년 내 단계적으로 철폐돼 수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국보다 먼저 GCC와 FTA를 맺고 시장에 진출해 우위 선점 효과도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서울에서 자심 모하메드 알 부다이위(Jassim Muhammad Al-Budaiwi) GCC 사무총장과 장관회담을 갖고 한-GCC FTA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협상 타결을 확인하는 공동 선언문에 함께 서명했다.
◆ 10년 만에 재개해 성과…일본·중국 등 수출 경쟁국 대비 우위 효과
이번 FTA는 우리나라가 올 10월 타결한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에 이어 아랍권 국가와 두 번째로 타결한 FTA다. GCC는 사우디를 포함해 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아랍·중동권 6개국으로 구성됐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안덕근(산업부 장관 후보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8일 오전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걸프협력이사회(GCC) 자심 모하메드 알 부다이위 사무총장과 한-GCC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최종 타결 공동선언문 서명을 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28 leemario@newspim.com |
GCC 6개국과 한국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026억달러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GCC로부터 주로 원유와 알루미늄 등 에너지·자원 관련 품목을 수입하고, 자동차·자동차부품·무기류·선박 등을 수출한다. 산업부는 앞으로 GCC로의 수출 품목이 다변화되는 데 FTA가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과 GCC는 2008년에 제1차 FTA 공식 협상을 개최했지만, GCC 측이 2010년에 FTA 정책 재검토를 이유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럽연합(EU)·일본·중국·호주 등과 진행 중이던 모든 협상을 중단하면서 경색됐다.
이후 협상은 10여년이 지나 지난해 들어 재개됐다. 한국과 GCC 주요국 간의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리면서 FTA 협상의 조속한 타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어 2차례 공식 협상과 수석대표회의 등을 거치면서 이날 최종 타결에 이르렀다.
GCC는 현재 영국·중국·일본 등과 FTA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EU·호주 등과의 협상은 여전히 중단한 상태다. 한국은 이번 GCC와의 협상 타결을 통해 거대 GCC 시장에 우위를 갖고 진출하게 되는 셈으로, 제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20년 내 관세 단계적 철폐…자동차·방산 등 수출품목 수혜 전망
FTA를 통해 한국은 전체 무역 품목 중 89.9%, GCC는 80.5%에 적용되는 관세를 20년 내 철폐하거나 감축하기로 했다.
먼저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자동차부품·무기류·선박 등의 관세가 상당수 철폐된다. 해당 품목들은 10대 품목 중에서도 상위 4위권에 해당하는 품목들로, GCC와의 전체 교역 규모(1026억달러)에서 약 30%(315억달러)를 차지한다.
자동차와 자동차 핵심 부품들의 관세가 철폐·감축됨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향상과 중동 지역으로의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 무기류는 로켓발사기와 미사일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품목을 양허했는데, 중동이 방산 수요가 높은 지역인 만큼 앞으로의 수출 상승세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일부 무기류는 5년 내, 자동차·엔진은 15년 내 등 최대 20년 동안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2022년 한-GCC 품목별 교역현황 (단위:백만달러, %) [자료=산업통상자원부] 2023.12.28 rang@newspim.com |
우리 수출 유망 품목인 화장품·의약품·의료기기 등의 관세도 철폐돼 교역 지평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중동 지역은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 메이크업 용품과 세안 용품 등의 화장품 수출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연속 흑자를 낸 의약품·의료기기는 정부가 수출 전략 분야로 전폭 지원할 예정인 유망 품목으로, 관세 철폐 수혜에 힘입어 수출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우리 측은 GCC의 주력 생산품인 천연가스와 일부 석유제품 등에 부여하는 수입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고, 나프타는 50% 감축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생산 원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했다. GCC 측 농산품의 경우 국내 생산이 없는 대추야자·홍차 등 위주로 개방해 국내 관련 업계 피해를 최소화한다.
◆ 서비스 시장 대폭 개방…6개 분야 부속서로 밀착 협력 약속
GCC 측은 이번 협상을 통해 영화 배급·의료 등의 서비스 시장을 기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보다 높은 수준으로 개방했다. 우리 영화 배급사의 중동 법인 설립이 가능해져 K-콘텐츠와 한류 확산이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카타르와 바레인 2개국은 영화 배급 서비스를 FTA 최초로 개방했다. 병원 현지 개원과 중동 환자 유치 등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FTA에 비해 대폭 강화된 경제 협력 내용도 6개의 개별 부속서를 통해 규정했다. 6개 분야는 ▲첨단산업 ▲에너지·자원 ▲스마트팜 ▲보건산업 ▲바이오경제 ▲시청각 서비스 등으로, 상호 관심 분야이자 미래 유망 분야를 중심으로 채택했다. 해당 분야에서의 실질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안덕근(산업부 장관 후보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8일 오전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걸프협력이사회(GCC) 자심 모하메드 알 부다이위 사무총장과 한-GCC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최종 타결 공동선언문 서명을 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28 leemario@newspim.com |
앞으로 정부는 법률 검토와 협정문 국문 번역 등을 거쳐 내년 중 정식 서명을 추진하고, 이후 경제적 영향평가와 국회 비준 동의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른 시기에 협정이 발효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GCC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접 국가 등과의 FTA 체결도 검토할 방침이다.
안 본부장은 "이번 GCC와의 FTA 타결로 '신중동붐' 확산의 주요한 계기를 맞았으며 우리나라와 중동 간 협력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내년부터 GCC와 인접 권역까지 협력을 집중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통상과 산업·에너지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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