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최근 3년간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이 늘고 있는 가운데 올해 11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다 신청이 몰렸던 2014년 기록을 넘어선 수치다. 이는 코로나19 여파에 이어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채무 상환이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새해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31일 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11월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11만163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만9966건보다 24% 증가했다.
개인회생제도는 고정 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해 채무를 변제할 여력이 되지 않는 개인을 구제하는 법적 절차다. 채무자는 법원이 허가한 변제계획에 따라 3년 이내 채권자에게 채무를 분할 변제해야 한다.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11만 건을 넘은 것은 2014년(11만707건)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개인채무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갚아야 할 이자와 원금의 부담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상자산과 주식 투자 열풍으로 빚을 갚지 못해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20~30대도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회생법원이 공개한 '2022년 개인회생 사건 통계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자 가운데 20~30대는 46.6%로 조사됐다. 이는 법원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20년(42.5%) 이후 최고치다.
반면 개인파산 신청은 지난해 4만1463건에서 올 11월 기준 3만7736건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면서 고정소득을 갖게된 이들이 파산보다 회생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회생 신청이 증가하는 경향이 낙관적이지 만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남근 변호사는 "개인파산이 줄고 회생이 늘어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만은 없다"며 "이미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고정 소득이 변제기간인 3년간 지속되기 어려워 변제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파산을 독려해 새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회생은 줄고 파산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새해에도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채무 상환에 부담을 앉고 있는 이들이 회생과 파산을 신청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변호사는 "코로나19로 유예됐던 대출금 상환 범위나 기간이 줄어들면서 압박이 커질 것이고 고물가·고금리가 더해져 내년에도 비슷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개인회생을 신청했다가 3년의 변제기간을 못버티는 경우 파산을 통해 신속히 채무를 면책하는 방법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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