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 신고금액과 도착금액이 모두 전년 대비 상승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동시에 기록했다. 다만 도착금액은 신고금액의 57% 선으로 사실상 반토막난 수준에 그쳤다.
상황이 이런데도 산업통상자원부는 신고액 기준이 사상 최대치라며 과거의 낡은 대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외국인직접투자 동향'에 의하면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 신고금액은 327억2000만달러로 전년(304억5000만달러)보다 22억7000만달러(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도착금액은 187억9000만달러로 전년(181억7000만달러)보다 6억1000만달러(3.4%) 늘었다(아래 그래프 참고).
지난해 신고금액과 도착금액은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신고금액은 ▲2020년 207억5000만달러 ▲2021년 295억1000만달러 ▲2022년 304억5000만달러 등 해마다 몸집을 부풀려왔다.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상승하며 2년 연속 300억달러대를 달성했다.
도착금액은 2020년 115억달러에서 2021년 187억4000만달러로 약 1.6배쯤 크게 뛰어올랐다. 이후 ▲2022년 181억7000만달러 ▲지난해 187억9000만달러 등 3년간 180억달러대를 유지했다.
수치상으로는 지난해 신고금액과 도착금액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지만, 두 항목을 비교해보면 도착금액은 신고금액의 절반쯤에 달하는 57% 수준에 머물렀다. 해외에서 우리에게 투자하겠다고 신고한 금액이 10이라면 실제 우리가 받은 돈은 약 6 정도에 그쳤다는 얘기다.
신고 이후 실제 투자에 이르기까지 6개월에서 1년간의 시차가 있음을 감안해도 차이는 명백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2022년 당시 신고금액은 304억5000만달러였지만, 1년이란 실투자 기간을 거치고 난 뒤 받아든 지난해 도착금액 성적표는 187억9000만달러로 신고금액의 62% 선이었다. 투자 신고 이후 1년이 지났음에도 신고금액의 5분의2 가량이 도착하지 않은 셈이다.
지난해 신고금액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은 119억2000만달러로 전년보다 4.5% 감소했다. 전년도 초대형 석유화학 투자의 기저효과라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서비스업'은 사우디 국부펀드(PIF) 투자와 대형 금융·보험업 투자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7.3% 증가한 177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제조업 중에서는 운송용 기계(167.8%)와 의약(105.4%) 업종 등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반도체·이차전지 등이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도 17.7% 올랐다. 화공(-31.6%)과 기계장비·의료정밀(-19.0%) 업종은 감소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2024.01.04 dream@newspim.com |
서비스업에서는 금융·보험 업종이 전년보다 108.5% 뛰어오른 반면, 정보통신(-47.3%)과 도·소매(-47.4%) 등은 규모가 줄었다.
국가별로 보면 지난해 중 정상 순방이 있었던 프랑스(447.8%)가 전년대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중화권 국가도 65.6% 올랐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전년도 대형 투자에 의한 기저효과로 인해 17.0% 감소했다. 미국(-29.4%)과 일본(-14.7%)에서도 금액이 줄었다.
신고금액이 가장 큰 국가는 62억2000만달러를 기록한 EU로 나타났다. 미국의 신고금액은 61억3000만달러로, 대형 투자 프로젝트가 세율이 낮은 제3국을 경유하거나 합작 법인의 소재국으로 신고돼 금액이 다소 낮게 기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으로 중화권 31억2000만달러, 일본 13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기타 국가는 159억5000만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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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별로 보면 '그린필드' 투자는 전년보다 5.5% 증가한 235억4000만달러, '인수합병(M&A)형' 투자는 12.9% 증가한 91억8000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그린필드 투자는 기존 최고치였던 2022년의 223억1000만달러를 경신하고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자금별로는 법인이나 기업이 새로 발행하는 주식 등을 취득하는 '신규투자'가 143억9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7.4% 증가했다. 이미 발행한 주식·지분을 취득하거나 미처분이익 잉여금을 재투자하는 '증액투자'는 169억달러로 2022년 수준을 유지했다.
지역별 현황은 수도권 195억5000만달러, 비수도권 81억9000만달러로 수도권이 비수도권의 2배 이상을 차지했다. 수도권은 전년에 비해 19.7% 신고금액이 늘었으나 비수도권은 21.7% 감소했다.
정부는 지난해 글로벌 외국인직접투자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실적이자 2년 연속 300억달러대의 좋은 성적을 냈다고 자평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외투 유치 활동과 투자환경 개선 의지 등이 실적 달성에 기여했다는 평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국가 첨단산업육성정책 추진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민관의 노력이 뒷받침됐다"며 "지난해 6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해외 순방 시 유치한 총 54억3000만달러의 외국인투자도 이번 실적 달성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투자는 국내 수출 확대뿐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다방면에서 국내 경제활력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공장·사업장을 직접 경영하기 위한 그린필드 투자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해 기술이전 등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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