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 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오너家의 책임있는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그동안 그룹 수익의 상당 부분을 독식했으면서도 정작 위기 때는 채권단과 협력사 등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질타했다. 지분포기나 사재출연 등 총수일가의 책임있는 결단이 없다면 워크아웃 개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원장은 4일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신년 현안 간담회에서 "워크아웃은 채권단과 이해관계자, 시장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절차인데 지금 태영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기업 자구안이 아닌 총수일가를 지키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비공개로 개최된 가운데 이원장이 엘리베이터로 이동하고 있다. 2023.12.12yym58@newspim.com |
이어 "부동산 호황기 동안 시공을 한꺼번에 맡으며 1조원이 넘는 돈을 벌고 그 중 상당 부분이 총수일가로 넘어갔음에도 정작 위기가 와서 손실을 발생하자 이건 채권단과 이해관계자에게 넘기고 있다. '견리망이(눈앞의 이익을 위해 의리를 잊음)'다"고 덧붙였다.
전일 채권단의 강도 높은 비판에 이어 금융당국 수장인 이 원장까지 태영건설 회생 노력에 대한 진정성을 질타하면서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혼란에 빠지게 됐다. 특히 이 원장이 총수일가의 무책임한 태도를 직접 언급함에 따라 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에 따르면 태영측은 워크아웃 전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매각대금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매각 추진) 및 매각대금 태영건설 지원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대금 태영건설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중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중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지원했으며 블루원 관련 자금으로는 태영건설이 아닌 지주사인 TY홀딩스 채무상환을 추진중이다.
이 원장은 "워크아웃을 위한 첫 시점인 약속이행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채권단의 신뢰가 깨졌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협의가 어렵지 않겠는가"라며 "회생을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데 지금 총수일가는 자신의 뼈가 아닌 남의 뼈를 깎고 있다"고 꼬집었다.
태영건설이 지난해 12월 29일 만기된 1485억원 규모 상거래채권 중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상환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사진=태영그룹] |
외담대는 협력사가 태영건설로부터 현금 대신 받은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 등에 받은 대출이다. 태영건설이 이를 상환하지 않으면 은행들이 협력업체에 상환을 요구할 수 있어 후속 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원장은 "외담대를 저렇게 처리하면 은행들이 유동성을 확보할 틀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사업지속을 위해서라도 이런식으로 대응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워크아웃 절차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날 간담회 발언을 종합할 때, 총수일가의 경영실책으로 이번 사태가 촉발된 만큼 워크아웃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지주사 및 계열사 지분포기(담보 또는 매각) 등 이권을 포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 원장은 "법적으로 당국은 마중물 역할만 할 수 있지 채권단의 워크아웃 여부에 관여할 수는 없다"면서도 워크아웃 무산 이후 대책에 대해서는 "시장안정과 이해관계자 보호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적절한 시점이 되면 이를 빠르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채권단 1차 협의회는 11일이지만 그 전에 태영측이 제대로 된 자구안을 채권단에 전달해야 후속 협의가 이뤄지지 않겠는가. 만약 협의회 이후에도 워크아웃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11일에는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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