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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유학파 배달원 사망..."청년실업 현주소 보여준 것"

기사등록 : 2024-01-0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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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 청년, 아파트 경비원과 시비 끝 흉기 찔려 사망
中 청년실업 사상 최악...작년 6월 21.3%
지난해 7월부턴 청년실업률 통계 발표 안해

[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에서 유학파 출신 배달원 사망 소식에 누리꾼들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청년 실업의 현주소를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3일 보도했다.

사건은 작년 12월 초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青島)시 리창(李滄)구의 중하이(中海)국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했다. 숨진 피해자는 올해 32세 리(李)씨로, 당시 음식 배달을 위해 이곳을 방문한 리씨는 아파트 경비원 자오(趙)씨로부터 아파트 출입을 제지당했다. 두 사람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비원 자오씨는 급기야 소지하고 있던 칼로 리씨의 가슴을 수 차례 찔렀다. 자오씨는 현장에서 체포되고 리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리씨는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주 출신이다. 식당 일 등을 하는 부모님과 월 생활비 7000여 위안(약 130만원)으로 빠듯하게 살았지만 꿈을 포기하진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호주로 유학을 떠나 100만 위안이 훌쩍 넘는 학비를 견디며 심리학자를 꿈꿨다.

6년 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리씨는 그러나 예상치 못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고학력자를 선호하던 예전의 분위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귀국 후 5~6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직업을 찾지 못한 채 취미를 살린 공예품만 팔며 근근히 지내던 그는 작년 11월 칭다오로 옮겨와 여행사 일을 시작했지만 마침 겨울철 비수기라 벌이가 시원찮았다. 그 끝에 배달에 뛰어들었다가 6일 만에 변을 당했다.

리씨의 소식은 누리꾼들의 공감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청년 실업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었던 가운데 전해진 소식이라 그 충격이 더욱 큰 모습이다.

"유학파인데도 취업을 못해 배달을 해야 하다니" "먹고 살기 힘들다" "이것이 바로 중국 청년의 현실"이라는 비관적 댓글이 이어졌고, "심리학과는 취업이 어려운 학과다. 호주에서도 직업을 못 찾았는데 중국에서라고 찾을까"라는 댓글도 눈에 띈다. 

중국의 한 취업박람회에서 대졸 예정자가 기업 인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신화사=뉴스핌 특약]

◆ 중국 청년실업 사상 최악 수준

실제로 중국 청년 실업은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특히 구직 수요의 상당 부분을 흡수해 온 인터넷·부동산 업계가 규제 여파로 침체기에 빠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국 청년 실업률은 4~6월 각각 20.4%, 20.8%, 21.3%로 3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국가통계국은 급기야 7월부터 청년 실업률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6월 기준 중국 청년 5명 중 1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지만 이것이 현재의 취업난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청년을 포함한 전체 실업률(5%) 통계에는 농촌 인구의 상당수가 제외됐고, 일주일에 1시간 이상 근무하는 사람들도 취업자로 분류돼 있다는 점도 수치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더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성장 부진과 높은 실업률은 중국 청년들이 처음 겪는 일"이라며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난 뒤 맞닥뜨린 가장 큰 경제적 도전"이라고 짚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치솟고 있는 것 역시 어려워진 채용 시장 분위기를 반영한다. 작년 11월 치러진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에는 303만 3000명이 응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의 260만 명 대비 16.7% 증가한 것으로, 공무원 시험 응시자 수가 3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번 시험을 통한 선발 인원은 3만 9600명으로 전년보다 2500명 늘었지만 응시자가 더욱 크게 늘어나면서 경쟁률은 2022년의 70 대 1보다 높은 77 대 1을 기록했다.

공무원 시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석사 등 고학력자도 취업난에 시달리면서 대학원 진학 수요가 공무원 시험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hongwoori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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