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LG화학의 희귀비만증 신약 기술수출과 관련해 금액 자체는 크다고 보기 어렵지만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적인 사례와 달리 선급금이 계약금액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5일 LG화학은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Rhythm Pharmaceuticals)에 희귀비만증 신약 LB54640의 글로벌 개발 및 판매 권리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선급금 1억 달러(약 1300억원), 총 계약 규모는 3억 500만 달러(약 4000억원)이며, 리듬사 연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매년 별도로 수령한다.
리듬사는 세계 최초의 MC4R 작용제 '임시브리(IMCIVREE, 성분명 세멜라노타이드)'를 개발한 회사로, LG화학과의 계약으로 세계 최초의 경구 제형 MC4R 작용제를 확보하게 됐다. 리듬사는 LG화학 기술이전 전까지 총 4개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그중 2개가 세멜라노타이드의 적응증을 확대하는 파이프라인이다.
리듬파마슈티컬스가 진행하고 있는 세멜라노타이드 임상 목록. 2개 물질의 임상시험 수만 7개에 달한다. [캡쳐=리듬 파마슈티컬스 홈페이지] |
업계에서는 이번 라이선싱 아웃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연말 연달아 있었던 종근당과 레고켐바이오의 조 단위 빅딜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선방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4000억원은 로열티를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므로 이 수치만으로 계약금이 낮다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LG화학의 파이프라인은 희귀약인 만큼 제품의 가치가 당뇨약이나 항암약보다 크기는 어렵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선급금이 계약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는 사실이다. 공개된 계약금에서 선급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32%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선급금은 전체 계약 금액 중 5% 내외로 지급된다.
파이프라인의 내실을 키울 수 있었던 데는 LG화학의 자금력이 크게 작용했다. 일반적으로 제약바이오사들은 당장의 연구개발비가 부족해 전임상이나 1상 단계에서 후보물질을 판매하는 전략을 취한다. 반면 LG화학의 경우 바이오 외에도 석유화학, 첨단소재 등 사업군이 다양한 만큼 재무적으로 안정돼 있어 막대한 투자금을 쏟을 수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생명과학본부 연구개발비에만 약 2700억원을 투자했다.
전임상 단계부터 개발한 '자체물질'로 기술수출을 성공했다는 점도 의의가 있다. LG화학은 2017년 합병 이후 경쟁력 있는 신규 신약과제 발굴을 위해 연구소 공모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과제로 채택된 LB54640은 2017년 전임상, 2019년 1상을 거쳐 지난해 10월 2상에 진입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리듬사에서 개발 권리를 이관받아 2상부터 개발을 진행하게 된다"며 "2030년 내 허가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LG화학은 비만치료제로 연구개발비를 확보한 후 타 파이프라인에 전념할 것으로 관측된다. LG화학은 주요 파이프라인 17건을 2030년까지 23개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LG화학은 지난해 인수한 항암제 전문 제약사 '아베오(AVEO)'에 힘을 주고 있다. 아베오에서 개발하는 '피클라투주맙'은 두경부암 치료제로 임상 3상을 검토중이며, LG화학 자체 항암치료제에 대한 임상 개발 단계 진입도 준비 중이다. 통풍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는 2027년 허가를 목표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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