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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오늘 40회 생일 맞은 김정은…대남도발로 '자축포' 쏘나

기사등록 : 2024-01-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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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매체 생일 관련 언급 없이 침묵
'출생의 비밀' 드러날까 우려한 듯
딸 주애 동행 '후계' 관련성 주목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8일 40회 생일을 맞았다.

지난 2011년 12월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심근경색)으로 27살 나이에 권력을 넘겨받은 김정은이 집권 13년 차를 맞으면서 불혹의 나이가 된 것이다.

[서울=뉴스핌] 2011년 12월 2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운구차 앞에 선 김정은. [사진=조선중앙통신]

하지만 '불혹'에 걸맞지 않게 김정은의 올해 생일은 유난히 어수선하고 부산한 분위기 속에 맞고 있다.

북한은 지난 5~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잇달아 포격 도발을 감행한 데 이어 대남 위협과 비난을 가득 담은 말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군이 대응 포격에 나서면서 평양발 군사긴장은 정점을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은 7일 딸 주애와 노동당 핵심 간부들을 데리고 평양 인근 황주의 닭가공공장을 찾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생일을 맞은 시점에서도 인민들의 생활을 챙기는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선전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하고 있다"면서 "군부에는 도발을 지시해놓고 자신은 경제 현지지도에 나서는 건 대남 심리전 차원"이라고 말했다.

생일 당일인 8일 아침 노동신문은 3면에 '공화국의 존엄, 당의 권위와 직결된 정치적 문제'라는 글을 싣고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결정을 주민들이 적극 따라야 한다고 독려했다.

신문은 "인민의 운명을 지키고 인민들에게 더 좋은 생활조건을 보장해주기 위하여 당도 있고 정권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김정은 생일이나 우상화 문제를 시사하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 황북 황주군 광천닭공장을 방문해 딸 주애와 닭과 계란을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은 김덕훈 내각 총리. [사진=노동신문] 2024.01.08

여기에는 젊은 나이에 별다른 업적 없이 지나치게 김정은 띄우기에 나설 경우 엘리트와 주민의 반발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물론 북한 지도부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란 얘기다.

◆로드먼, 평양 농구경기 때 "오늘이 김정은 생일" 천기누설

한미 정보당국은 과거 김정은이 10대 시절 스위스에 조기유학 하는 과정에서 오간 여권 정보 등을 토대로 그가 '1984년 1월 8일생'이란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의 출생과 관련한 사항을 공식적으로 밝히거나 그의 생일을 김일성・김정일처럼 '최고 명절'로 삼는 우상화에 나서지는 않아왔다.

다만 김정은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전미프로농구협회(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2014년 1월 8일 평양을 방문해 친선 농구경기를 갖는 자리에서 평양체육관에 모인 1만 4000여명의 주민들 앞에서 이날이 김정은 생일임을 언급하며 축가를 불렀다는 점에서 일부에 알려졌을 가능성은 있다.

어릴 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생모 고용희. [사진=뉴스핌 자료사진]

김정은 생일을 조기에 대대적으로 내세우지 못하는 속사정도 있다.

김정은의 생모 고용희는 북송 재일교포 출신으로 주민들은 '째포'라며 비하하는 그룹에 속한다.

더욱이 고용희의 아버지 고경택은 제주 출신으로 일본 식민지 시절 오사카로 건너가 일본군의 군복을 만드는 공장에서 관리직으로 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른바 '백두혈통' 운운하며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우상화에 몰두해온 북한 정권의 핵심축이 사실은 '후지산 줄기' 또는 '한라산 줄기'라는 논란이 번질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김일성 항일 투쟁'을 부풀려 날조・왜곡해온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실은 독립군이나 항일세력을 토벌하는 일본군의 군수품 생산에 종사했다는 건 치명적일 수 있다.

김정은이 일제 렉서스 최고급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를 몰고 다니고, 딸 주애의 식탁에는 직수입한 일본의 유명 소금병이 늘상 오른다는 점이 입방아에 오르면 '째포 고용희'와 맞물려 리더십에 손상이 따를 것이란 얘기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섣부른 가계 우상화로 이어질 경우 자칫 김정은의 감추고 싶은 '출생의 비밀'이 드러날 것으로 우려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주애 띄우기 둘러싸고 '후계' 논란 증폭

물론 이런 상황 속에서도 김정은의 리더십 다지기 차원의 찬양이나 개인 우상화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노동당 선전선동부 등에서는 김정은의 40회 생일을 계기로 '원숙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로서의 김정은 이미지를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질 수 있다.

선대 수령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제대로 된 후계수업을 받지 못한 채 권력을 넘겨받았던 '청년 지도자'에서 벗어나 노련한 모습을 보이려는 선전・선동술이 동원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주목되는 건 김정은이 새해 들어서도 딸 주애를 전면에 내세우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해 김주애 띄우기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인 북한은 올들어서도 지난 5일 관영매체를 통해 김주애가 아버지와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 공장을 둘러본 장면을 공개한데 이어 8일에는 광천닭공장 방문 모습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 [사진=국정원 홈페이지]

김정은이 딸 주애를 대동하는 것과 관련해 다양한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 정부 당국은 '후계자' 쪽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국정원은 지난 4일 조태용 신임 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료에서 "김주애 등장 이후 공개 활동 내용과 예우 수준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았을 때, 현재로서는 김주애가 유력한 후계자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보 당국의 이런 판단에도 불구하고 의문의 여지는 있다.

김정은이 아직 40세에 불과하고 당장 건강에 큰 이상 징후 없이 공개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10살 안팎에 불과한 딸을 서둘러 후계자로 내세울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도발의 명분으로 '미래세대의 안전'을 내세워 온데 따라 그 대표주자로 김주애를 부각시키는 것일 뿐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또 한국과 서방의 시선을 김주애 후계 쪽으로 쏠리게 함으로써 김정은의 도발자 이미지와 수령독재, 주민들에 대한 인권탄압 비판 등을 희석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딸 주애를 내세우는 김정은의 의도는 올 한해 김정은의 대내외 행보 속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과 대북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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