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한국판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가 될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차관급 청장을 필두로 경남 사천에 오는 5월 중순께 설립될 예정이다. 우주항공청에 이관되는 사업예산 중 확정된 예산은 5000억원을 뛰어넘는다.
◆ 9개월만에 빛보는 우주항공청 특별법…R&D 5000억 이관
국회는 9일 오후께 본회의를 열고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4월 국회에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9개월만에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통과된 셈이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만큼 이달 말께 정부로 법안이 이송돼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된 후 관보에 게재, 공포된다. 공포된 법안은 4개월 후인 오는 5월 말께부터 시행된다.
국회 본회의 모습 [자료=뉴스핌DB]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장은 차관급으로 대통령이 임명할 예정이다. 고위공무원 기준 실장급 차장과 실장급 우주항공 임무본부장도 각각 임명된다.
차장은 우주항공 정책을 비롯해 산업활성화, 위험 대비 등을 총괄한다. 정부부처 고위공무원 중에서 임명될 예정이다. 우주항공청은 과기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축이 되기 때문에 2개 부처 실장급 공직자가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무본부장은 임무본부의 연구개발 과제를 총괄한다. 본부장은 민간에서 전문임기제로 선발할 예정이다. 실질적인 연구·개발(R&D)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만큼 관련 분야 학자 또는 연구원에게 임무를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항공청에는 과기부, 산업부 이외에도 한국연구재단의 R&D 기획·평가 인력 등도 합류한다. 전체 규모는 정부 초기 안에 따르면, 300여명 규모다.
우주항공청 설립에 따라 그동안 과기부와 산업부가 진행해왔던 R&D 과제 및 사업이 함께 이관된다. 과기부 우주사업 R&D는 4490억원 규모이며, 과기부·산업부의 항공 분야 R&D는 760억원 규모다.
여기에 사업 진흥비 등을 합해 총 7200억원 가량이 사업예산으로 우주항공청에 투입된다.
별도로 인건비, 건물 임차비용, 경상경비 등은 정부 예비비를 활용한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과기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이 실제 인력 규모 등을 정해 재정 투입 규모를 정할 방침이다.
우주항공청은 우선 민간 건물을 임차해 사용해야 하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2~3곳의 후보 건물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나로우주센터 위성보관동에서 누리호 3단에 탑재위성이 장착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23.05.21 victory@newspim.com |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은 우주항공청의 직속기관으로 합류해 R&D 사업을 주도한다. 다만 본원의 위치를 옮기려면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과기부 관계자는 "정부는 대전, 경남, 전남을 주축으로 한 3개 우주항공 클러스터를 추진해야 하는 만큼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이전할 생각이 없다"며 "우주항공청으로 합류하는 과기부 직원의 경우, 선호도 조사를 토대로 전문성, 적합성 등을 살펴 3~4월께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8개월간의 '공회전' 해소…K-뉴스페이스 '주춧돌' 기대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특별법은 지난해 4월 입법된 이후 8개월간 공회전을 거듭했다. 우주항공청 설립은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였을 뿐더러 경남 사천지역에 우주항공청 설립을 공표한 만큼 선거용 정책으로 전락한 바 있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놓고 여·야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우주항공청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에서 개최사를 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03.15 photo@newspim.com |
여기에 지난해 막판까지 논란이 됐던 R&D 주도권 논란도 우주항공청 설립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
야당은 R&D 기능을 우주청이 가져가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당은 우주항공청이 R&D 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항우연과 천문연을 직속기관으로 둘지 여부도 논란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과기부가 우주분야 출연연을 우주항공청의 직속기관으로 두는 것에 반기를 들었다는 말도 당시 들렸다. 우주항공청이 과기부의 산하 기관이지만 2개 분야 출연연을 떼어놔야 한다는 부담이 반영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막판 조율 끝에 출연연이 R&D 역할을 주도하고 우주항공청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우여곡절 속에 우주항공청을 올해 안에 설립할 수 있게 됐지만 과제 역시 수두룩하다.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누리호가 우주를 향해 힘차게 날아 오르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23.05.25 photo@newspim.com |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반복발사를 통한 신뢰도 확보가 관건이다. 성공 발사의 경험도 축적해야 한다.
여기에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라는 막중한 임무도 수행해야 한다. 누리호와 비교해 수송능력이 대폭 향상될 뿐만 아니라 오는 2032년에는 달 착륙선을 수송해야 한다. 이를 위해 2조13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다음달 체계종합기업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이어 3월에 최종 확정된다.
인공위성, 항공산업 등에서도 기존 산업을 확대하고 국내 기업의 수익 창출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글로벌 협력에도 우주항공청의 역할이 기대된다.
이미 미국 주도의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에 동참한 우리나라 우주산업은 향후 다양한 글로벌 우주산업에서의 기회를 포착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협력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외 우주청 등과의 협업이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천기술을 토대로 한 국내 우주 스타트업 육성도 우주항공청의 역할로 꼽힌다.
우주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민간 우주산업 시대를 맞이한 만큼 다양한 우주 스타트업이 나올 텐데 이 분야에서도 우주항공청의 역할이 크다"며 "이젠 민간이 우주산업의 전면에 나서고 정부는 민간이 할 수 없는 심우주탐사 등 대형 프로젝트를 선도하는 등 K-뉴스페이스 시대의 주줏돌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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