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다음 달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첫 법관 정기인사에서 인사 방식 및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사법부 시절 시행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중단하고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을 늘린다는 구상인데, 일각에서는 '사법농단'을 계기로 축소된 행정처 기능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새해 시무식에서 시무식사를 하고 있다. 2024.01.02 leemario@newspim.com |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올해 법관 정기인사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인품과 재판능력을 두루 갖춘 적임자를 법원장으로 보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시행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인사권 남용을 방지하고자 도입됐으나, 일선 법관들이 법원장 후보를 선택하게 하면서 '인기투표' 논란과 함께 법원장들의 사법 행정 지도력을 약화시키고 재판 지연 문제를 야기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를 인식한 법원행정처는 이번 인사에서는 추천제를 시행하지 않되 향후 법원장 인사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조 대법원장 취임 직후 추천제 중단 계획을 밝힌 점을 고려할 때 폐지 수순을 밟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법원행정처장 또한 김 전 대법원장과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시행하며 손발을 맞추던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에서 천대엽 대법관으로 교체됐다.
조 대법원장은 이번 인사에서 김 전 대법원장이 대폭 줄였던 법원행정처 소속 상근 법관 수도 증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증원 숫자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일부 자리에 법관을 채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을 계기로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제기됐고, 김 전 대법원장은 사법개혁을 목표로 법원행정처의 기능을 축소하고자 법관 수를 3분의 1까지 줄이고 일반직 공무원을 배치하며 탈법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법원행정처 기능 축소가 국회 예산 확보 어려움 등으로 이어져 업무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법원 관계자는 "행정처 상근 법관 증원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법관 수가 줄어들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역행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민변은 "조 대법원장이 임명된 이래 '사법농단' 사건 이후 추진된 사법개혁 과제들은 폐기되고 있다"며 "법원행정처는 사법관료화와 법관의 계급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그 제도의 취지와 통계와 무관하게 재판의 지연을 초래하는 제도라고 평가절하하며 중단을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추진하는 '법원행정처 확대' 문제도 마찬가지"라며 "사법행정업무가 법원행정처의 '탈법관화'로 약화됐다며 일선의 법관들 중 일부를 빼내 다시 사법행정업무에 투입하겠다는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행정처의 탈법관화는 법관의 관료조직 편입으로 초래되는 일선 법관의 독립성 위협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조 대법원장의 최근 조처는 사법농단 사건을 야기한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다시 복원하는 '사법개혁의 역행'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