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며 국회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 폐지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과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골자로 하는 산업은행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도 당부했다.
이밖에 기획재정부에 현행 91개 규모의 부담금을 전면 개편해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실제로 덜게 할 것을 지시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2024년도 제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4.01.09 photo@newspim.com |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아직도 민생 현장에는 애타게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법안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당장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현장의 영세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는 심정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취약분야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경제단체도 마지막 유예 요청임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국회는 묵묵부답"이라며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뜩이나 지금 우리 영세기업들이 고금리, 고물가로 힘든 상황인데 또 다른 짐을 지워서야 되겠나"라며 "이제 겨우 열흘 남짓, 길지 않은 시간이다. 현장의 어려움에 한 번만 더 귀 기울여 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로 근로자가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안전 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처하도록 책임을 묻는 법이다.
지난 2022년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건설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인 사업장에 우선 적용됐다. 이달 27일부터는 2년 유예기간이 끝나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는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는 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지난 15일 개회한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약 83만7000개에 이르는 중소사업장의 사업주들과 경영책임자들이 중대재해 발생시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아 처벌될 수 있다.
개정안 처리가 붙투명해지며 중소기업중앙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6단체는 지난 9일 공동성명을 내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이 12월 임시국회에서 끝내 처리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을 표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 관련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12.27 leehs@newspim.com |
윤 대통령은 또한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도 더는 지체할 수 없다"며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입법으로 집값을 올려놓더니 무분별한 규제로 국민의 주거이전 자유와 재산권 행사까지 제한하는 것"이라며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 서서 주택법 개정에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정치권에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도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습다"며 "해양과 금융 중심지 부산은 우리나라가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적 유불리, 지역의 이해관계를 넘어 미래를 위한 길을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밖에 기재부에 현행 91개 규모의 부담금을 전면 개편할 것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회의에는 불합리하게 부과되던 부담금을 폐지, 통합하는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이 상정된다"며 "이번에 정비하는 5개의 부담금은 위헌 결정을 받아 실효됐거나, 부담금을 협회 회비로 전환하는 것으로 국민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실제로 덜어드리려면, 91개에 달하는 현행 부담금을 전수조사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환경오염을 막거나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긍정적인 부담금도 물론 있지만, '준조세'나 '그림자 조세'로 악용되는 부담금이 도처에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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