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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저출생 문제에 진심인 김진표 "이민정책, 과감하게 풀고 매듭지어야"

기사등록 : 2024-01-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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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 뉴스핌 단독인터뷰 진행
보육·교육·주택 등 인구대책 '장기아젠다' 관리해야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합계출산율 0.7명. 여성 1명이 평생 1명의 자녀도 낳지 않게 된 시대가 도래했다. 불안한 노동시장과 부족한 병력 수급 그리고 비어가는 국가 곳간까지. 저출생으로 인해 우리 사회 곳곳엔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통계청이 실시한 '장래 인구추계(2022~2072년)'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올해 들어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정부는 저출생 해결을 위해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해왔지만 실질적인 출산율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같은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인구절벽 문제를 국가 위기 상황으로 상정해 '장기 아젠다'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김 의장은 지난 4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육 ▲교육 ▲주택 3가지 분야에서의 인구감소 대책을 헌법에 명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바다.

뉴스핌은 지난 12일 국회 의장 집무실에서 김 의장을 만나 저출생 극복 방안에 대한 인터뷰를 나눴다. 김 의장은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행정고시를 패스한 경제관료 출신 정치인이다. 그는 민주당계로 정치 입문 이후 지역구 수원에서 내리 5선에 성공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 2024.01.12 leehs@newspim.com


다음은 김 의장과 뉴스핌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합계출산율 0.7명 시대가 도래했다. 의장님께선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헌법에 인구 대책을 명시하자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을 명시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2024년은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할 것인가, 퇴보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중대기로의 한 해가 될 것이다. 특히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인구절벽이다. 2006년 이후 17년간 저출생 예산으로 380조원을 투입하고 있어도 오히려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3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감소했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분절된 정책 추진이 큰 원인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구난방식 대책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만 증명되었을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인구절벽의 문제를 심각한 국가 위기 상황으로 상정해 장기 아젠다로 관리해야 한다. 긴 안목으로 최소 15년에서 20년의 시간을 갖고 보육·교육·주택 세 가지 정책의 혁신에 집중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일관된 정책수단과 재원을 투자함으로써 '낳기만 하면 보육·교육·주택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특단의 정책이 현 정부뿐만 아니라 15∼20년, 매 정권마다 연속해 이어질 정책이라는 확신을 국민께 드려야 한다. 개헌안에 첫 번째 국가과제로 보육·교육·주택 등 인구감소 대책을 명시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정함으로써 국민에게 정책이 지속된다는 믿음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공감을 갖춘 정책을 규범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아이를 낳지 않는 풍토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긴 안목으로 최소 15년에서 20년의 시간을 갖고 보육·교육·주택 세 가지 정책의 혁신에 집중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일관된 정책수단과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혁신 방안들이 있을까요.

=최근 국토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첫째 출산은 집값, 둘째 출산은 사교육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걱정말고 낳아라. 사회가 사랑과 정성으로 키운다"는 기조로 보육·교육·주거는 나라가 책임진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획기적이고 과감하게 투자를 확대하는 '보육혁신'은 저출생 대책의 출발점이다.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기관과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 이미 일부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각 종교계와 협력, 부모의 신뢰를 확산시킬 수 있는 운영 모델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경제인협회 분석에 따르면 사교육비가 월 1만원 오를 때마다 합계출산율 0.012명이 줄어든다. 공교육 현장에 AI 학습을 도입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AI 학습 영역은 광범위한 데이터 공급과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로 사교육계보다는 공교육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이미 지난해 말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통과돼 기반이 마련됐다. 특별교부금 비율을 상향 조정(0.8%p)해 확보한 재원을 AI 기반 교수학습 역량 강화 사업 등에 투자, 디지털 교육격차 해소와 공교육 혁신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주거정책은 그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정권에 따라 명칭과 내용, 유불리 대상이 달라져 주거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태다. 각 정책의 공통분모를 찾아 규범화하고, 일관된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주거혁신'이 필요하다.

▲보육·교육·주거혁신 중 의장님께서 구체적인 법률안까지 제출하신 '교육'혁신에서'AI 교육혁신'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셨습니다. AI공교육을 교육현장에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도입과정에서 지역·학군 격차 등의 문제는 없을 것인지 궁금합니다.

=지난 연말 뉴욕타임스는 '한국 소멸하나'라는 제목으로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유럽의 인구감소를 능가한다'는 충격적인 경고를 하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사교육비를 지목했다.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사교육비가 총 26조 원을 돌파했고, 한국경제인협회는 분석보고서를 통해 사교육비가 월 1만원 오를 때마다 합계출산율이 0.012명 감소한다고 추정했다. 애를 낳고 싶어도 교육비가 부담되어 임신·출산을 망설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교육계가 주목하고 있는 AI학습 영역은 광범위한 데이터 공급과 개인정보 보호 등의 문제로 공교육이 강점을 갖는 분야다. 이미 미국, 영국 등에서 AI 학습을 도입해 창의성과 다양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공교육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지난해 제가「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직접 발의했고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특별교부금 비율을 3년간 0.8%p 상향해 약 5,300억원을 초·중등 교원의 AI 기반 교수학습 역량 강화 사업에 활용하게 된다.

지역에 따른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국적으로 균일한 교육‧디지털 인프라를 빠르게 제공하고, 사교육 대체 효과가 높은 다양한 AI·빅데이터 활용한 맞춤형 학습 지원을 통해 대도시 학생들의 사교육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한다.

▲간담회에서 밝히셨듯이 정부와 정치권은 2006년 이후 지난 18년 동안 380조원을 투입하고도 결국은 합계 출산율 0.7명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저출생 극복대책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역대 정부들이 2006년 이후, 17년간 저출생 예산으로 380조 원을 투입했지만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3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오랜 기간동안 많은 예산을 투입했는데 체감되는 효과가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의 분절된 정책 추진과 중구난방식 대책을 꼽을 수 있다. 현 제도하에서는 정권을 잡은 정부가 전임정부의 저출생 정책을 수정하거나 폐기해 제도 간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

가령 주택정책만 해도 역대 수 많은 정책들이 큰 틀에서는 같은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명칭과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고 유불리 대상이 달라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민에게 혼선을 일으키고 믿음을 주지 못해 결혼을 미루고 아이를 낳지 않는 풍토에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

▲저출생 대책이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비롯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당장 4년 중임제 등의 개헌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출생 위기극복 정책이 국가 아젠다(Agenda)로 지속성을 갖고 추진되기 위해서 새로 구성될 22대 국회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성 있고 과감한 저출생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공동규범인 헌법에 목표와 의무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헌법에 인구감소 대책을 명시함으로써 일관된 정책수단과 재원 투자를 이끌어내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번 국회에서도 현실적으로 개헌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개헌안을 만드는 절차를 규정하는「개헌절차법」이라도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가 한마음이 되어 큰 역할을 해줘야 한다. 개헌의 기틀이 마련돼 향후에도 안정적인 개헌을 통해 국가과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낼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사회구조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청년 세대의 인식변화가 저출생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면서 이전의 결혼·출산 과정에 대해 반감이 높아졌다는 이론인데,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어떻게 보시는가

=내 딸도 워킹맘이다. 곁에서 볼 때 고군분투하는 딸이 안쓰럽고 속상했던 적도 많다.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출산처럼 오롯이 여성이 맡아야 하는 부분뿐 아니라 가사와 양육의 책임도 여전히 여성이 더 많이 진다는 점에서 결혼·출산에 대한 부담은 클 수 밖에 없다.

결혼과 출산은 지극히 개인의 선택이다. 나라가 하라 마라 하는 것은 좋지도 않고 효과도 없다. 다만 하고 싶은데 못하는 상황은 고쳐야 할 것 아닌가. 여성의 사회 진출과 결혼·출산이 트레이드 오프(trade-off)되는 상황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보고서를 보면 가능성이 보인다. OECD 국가 기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의 사회 진출이 출산율을 떨어뜨렸지만, 2000년대부터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을수록 합계출산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정책과 노동 환경을 성평등하게 재편하고, 출산 여성의 고용 유지를 위한 지원을 늘린 덕분이다.

결혼과 출산, 양육 친화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이 갖춰진다면 원하는 선택을 하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당면한 과제 중 K-실리콘밸리의 적극 추진을 얘기하셨는데, 한때 한국 경제의 가장 든든한 성장엔진이었던 반도체가 지난해 지정학적 리스크의 부상과 글로벌 공급망 파동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필요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지난 11월 「수원 군 공항 이전 및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과 「첨단연구산업단지 조성 및 육성을 위한 특별법안」 2건의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하였고, 각 법률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다.

2건의 특별법안은 수원시와 화성시의 도심에 위치한 수원 군 공항을 경기 남부로 이전하며 민간공항을 포함한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을 건설하고, 수원 군 공항 이전부지와 그 주변지역에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일찍이 과학기술 패권 경쟁의 속성을 간파한 선진국들은 수도권에 대규모 연구 클러스터를 조성해 세계 유수의 인재와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 영국 런던의 'Tech City', 프랑스 파리의 'Le Grand Paris'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수도권에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조성하여 G7으로의 도약을 위한 국가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인 NASA는 기술성숙도를 순수연구(1~4단계), 시제품과 사업화(5~9단계) 등 9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대한민국 각 지역마다 '순수연구'부터 '시제품 및 사업화'까지 모든 과정을 해내겠다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불가능한 일이다. 기술성숙도에 따른 Spill Over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형 실리콘밸리가 위치할 경기남부는 R&D 역량 집중을 통해 첨단기술의 최정점으로 육성하고, 기타지역은 개발된 R&D 성과물을 기존의 ICT, 바이오단지 등 산업단지를 활용해 시제품과 사업화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렇듯 수도권과 지방이 역할분담을 효율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전세계와의 글로벌 기술패권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저희 뉴스핌은 저출생 고령화와 직결되어 있으며 시급한 현안인 '지방소멸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포럼을 구성해 대안을 모색해 왔습니다. 특히 의장께서는 간담회에서 재외동포와 이민문제에 대한 전향적 접근을 강조하셨는데.

=최근 일본과 대만, 독일에 이어 중국까지 노동력 부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일본의 극심한 경제인구 부족 문제는 곧 우리나라에 닥칠 상황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각국이 경제인구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 경제 바이탈리티(vitality)를 유지하기 위한 해외인력 확보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재외동포와 이민자에 대한 기존인식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이미 오랫동안 논의해 온 재외동포의 복수 국적허용과 이민청 신설, 이민자 유치 등 이민정책을 하루라도 빨리 과감하게 풀고 매듭지어야 한다. ODA 활용방안도 노동력 확보와 연계해, 해외의 노동 인력을 우리가 직접 교육해서 국내로 데리고 들어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면 폴리텍대학을 해외에 설치해 단기양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법 등이 있다. 양질의 기술인력을 맞춤형으로 키우고 우리나라의 기업이 똑같은 대우,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대우를 해준다면 불법체류의 문제도 해소되고 포용사회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

축소사회로의 급격한 진행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도록 당국과 국회가 집중해서 힘을 쏟아야 한다. 노동력 확보라는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21대 국회가 마무리 돼가는 시점이다. 의장님께선 더욱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 의장 임기가 종료된 이후 하고 싶은 일이나 계획이 있으실지.

=퇴임 후는 아직 고민하는 단계지만, 저는 행정부에서 30년, 입법부에서 20년 동안 일하면서 여러가지 제안을 받아왔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캄보디아 훈센 총리의 경제고문으로 20여년 간 활동한 것이다.

전쟁의 폐허에서 선진국으로 빠르게 도약한 대한민국의 행정·입법 노하우를 배우길 원하는 나라가 세계 곳곳에 많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쌓은 역량을 활용해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돕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좋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 2024.01.12 lee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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