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발전기금 부담금 조정이 예고되면서 영화 티켓값의 3% 수준이었던 관객 부담금이 없어질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영화발전기금 고갈과 영화계 지원 축소 등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에서 원점 재검토 방침을 밝힌 91개 부담금 가운데 하나인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 폐지가 가져올 파장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 부담금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이 입장권 구매 시 요금에 포함된 가격으로, 입장권 가액의 3%에 해당한다.
현행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은 관객이 영화 한 편을 관람, 1만 5000원을 낼 때 3%를 적용하면 약 437원 정도를 내는 셈이다. 각종 할인과 탄력적인 티켓 요금 적용 등을 고려하면 업계에서는 평균 영화 티켓 1매 당 300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영화 '범죄도시3'가 개봉 6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범죄도시3'는 지난 5일 69만8289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관객수 521만632명을 달성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한 영화관 모습. 2023.06.06 mironj19@newspim.com |
소비자 입장에서는 300~400원이라도 영화 관람료가 내릴지 소소한 기대감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영화 입장권 가격 할인은 장담할 수 없다. 부담감 폐지시 티켓 가격 인하가 동반되지 않으면 해당 금액은 영화관 등 업계의 수익으로 들어가게 된다.
영화 '다음 소희' 등을 제작한 김동하 한성대학교 교수는 "극장과 배급, 제작과 투자 쪽에서 비율을 나누어 부담하던 부분이 있다. 극장에서 어쨌든 소매창구에서 가격을 반영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극장 업계에서도 "소비자들은 입장권 부담금이 폐지된다는 게 티켓 가격을 내린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소지가 있어 조심스럽다"는 반응이 흘러나온다.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을 부담하는 건 관객들이지만 납부 주체는 영화관이다. 앞서서도 현행 영화 입장권 부담금 제도의 정당성 문제는 종종 제기돼왔다. 재계에서는 준조세 성격을 이유로 폐지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시행 첫해에 관련법 조항에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헌법재판관들은 위헌(5명), 합헌(4명)의 의견을 냈으나 위헌 판결을 위한 정족수 6명에 미달하면서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무엇보다 준조세의 성격인 기금 부담금 조정은 기금 재원 마련 방식이 잘못됐다는 기존의 영화계 요구와 맞닿아있다. 기금을 부담하는 주체와 혜택이 돌아가는 주체가 다르다는 것이 숱하게 제기되는 위헌 소지의 요지다.
극장, 배급 및 제작, 투자사를 아우르는 영화업계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시절 한참 전부터 관객들의 영화 입장권 부담금으로 충당되는 구조를 탈피하고 재원을 다변화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OTT 등 국내 생산 영화, 콘텐츠를 수급받는 플랫폼에서도 부담금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된다. 국내 영화계를 지원하고 문화 융성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K-무비에 국가 회계 예산을 편성해 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문화정보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세종학당재단, 영화진흥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2.10.13 leehs@newspim.com |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은 영화발전기금이 조성된 2007년부터 시행됐으며 독일 등 외국 사례를 참고해 설계됐다. 최근 영화관 관객 축소와 OTT 플랫폼 확장으로 독일영화진흥기구와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에선 매출액의 1.8~2.5%에서 최대 5.15%까지 영화진흥기금으로 과금하거나 세금으로 징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담금 조정이 시행될 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극장 측이 납부한 부담금이 영화발전기금 재원으로 사용되는 만큼 폐지시 영화발전기금의 재원이 급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필연적으로 축소될 영화발전기금을 어디에서 충당할 것이냐가 중요한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을 폐지하고 다른 어떤 세금으로 그간의 영화진흥위원회의 사업을 이어나갈 지가 정부와 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다.
서지명 CGV 팀장은 "부담금 조정의 영향을 극장 입장에서 쉽게 판단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볼 때 영화발전기금이 줄어든다면 기금을 통한 영화계 지원 등이 줄어들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신영 롯데엔터테인먼트 팀장은 "당장 극장과 영화 제작에 악영향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기금 손실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기금 재원 다변화와 공적 자금 투입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보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동하 한성대 교수는 "창작자들이 타격을 받는다기보다, 당장 리스크를 지게 되는 건 제작사와 투자사일 것"이라며 "처음부터 큰 영화를 하는 사람은 없다. 기금을 통해서 신진 제작자들이 리스크를 감당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했던 건데 리스크를 감수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다. 배우와 감독에게 악영향보다는 제작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작은 영화 뿐만 아니라 후배 세대들이 업계에 진입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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