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교육부가 오후 8시까지 운영되는 초등 방과 후 돌봄 프로그램인 늘봄학교 운영과 관련해 현직 교원 업무와 분리하겠다면서도 학부모 수요를 이유로 학교 내부 운영이 바뀌기는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현장에서 늘봄학교 업무 부담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이에 대한 답을 내논 것이다. 현직 교사들을 비롯해 교원단체들은 당장 오는 3월 시행을 앞둔 늘봄학교의 업무 분장 문제와 책임 소재 등을 교육부가 명확히 하지 않는다며 비판하고 있다.
19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교육부는 시민들이 교육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함께학교'에 지난 16일 늘봄학교 운영과 관련한 답변을 내놨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충남 천안시 불당초등학교를 방문해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관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
앞서 지난해 11월 27일 현직 초등학교 교사는 함께학교에 '늘봄 업무에서 초등교사 완전 배제, 민주적 협의 보장'이라는 제목으로 정책을 제안했다.
그는 "교육부가 늘봄학교 운영 업무와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2024년 늘봄학교 운영을 위한 연수에 교사 참석을 요구하고, 늘봄 업무가 교사 업무로 전가되는 우려가 크다"며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
해당 교사는 늘봄학교 업무에서 교사를 완전히 배제할 것, 정부가 늘봄학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학교의 교원 동의를 필수로 받는 등 민주적 협의 절차를 보장할 것, 과다한 교육재정 투입을 막는 재정 준칙을 수립할 것, 늘봄학교 운영 책임소재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위 사항이 해결되지 않을 시 늘봄학교 정책을 전면 철회하거나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제안에 교육부는 늘봄학교는 학생을 우선하는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으로 업무 전체를 지자체(일반행정)로 이관하는 방안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진=함께학교 플랫폼 캡쳐] |
답변에 나선 김천홍 교육부 교육복지돌봄지원국장은 "정책 제안의 주요 취지는 늘봄학교로 인하여 생길 수 있는 선생님들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요청으로 이해된다"며 "교육부는 교육청과 함께 늘봄학교에 따른 선생님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원과 분리된 늘봄학교 운영체제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늘봄학교는 학부모가 희망하는 정책"이라며 "학부모님은 학교를 가장 안전하고 신뢰하는 돌봄과 학습의 공간으로 이해하고 있고, 학생들도 추가적인 이동 부담이 없는 학교가 가장 편리한 공간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학교 내에서만 이루어지던 방과후·돌봄 체제와는 달리, 이미 많은 지역에서 늘봄학교를 학교 밖 지자체, 대학, 기업 등과도 연계·협력하여 운영하고 있다"며 "그러나 늘봄학교는 단순한 돌봄이 아니라, 학생을 우선하는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해당 업무 전체를 지자체(일반행정)로 이관하는 방안은 보다 큰 틀에서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구체적인 운영 원칙과 방안은 학교현장, 교원 단체 등과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교육부 답변에 현장 교원들은 댓글을 통해 반발했다. 교원들은 "학부모 의견 수렴은 실컷 하지만 교사 의견 수렴은 어딨냐, 교사 설문 돌려 다시 답변하라", "학부모가 원하면 다 해주나, 수당도 없이 부려먹으니 인재들이 교대를 안 가고 결과적으로 공교육 질이 떨어지는 것", "애초 교사 업무가 아닌데 경감을 논하는 건 기본적으로 교사에게 떠맡길 생각을 했던 게 아니냐"고 날 선소리를 했다.
교원단체에서도 교육부의 늘봄학교 전면 시행에 반발하고 있다. 교사노조는 지난 15일부터 하는 천막 농성과 1인 시위를 통해 '늘봄학교 전면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오는 27일에는 교사들과 늘봄학교 전면 시행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서도 늘봄학교 확대 운영에 앞서 교육부가 구체적인 인력 충원과 보육 전담사 처우 개선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서울, 부산, 강원 등지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부는 늘봄학교 정책을 현장 교사와 소통 없이 강행하고 있다"며 "교육부는 학교에 혼란만 부추길 것이 아니라 당장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