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글로벌 해운동맹이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5위 독일 하파그로이드가 기존 동맹을 깨고 새로운 해운동맹을 구축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하파그로이드는 국내 최대컨테이너선사 HMM이 속한 '디 얼라이언스' 소속 해운사다. 하파그로이드의 이탈로 디 얼라이언스는 사실상 유지가 어려워진 상황이 될 전망이다. 이같은 기존 동맹 붕괴와 새로운 동맹 구축으로 세계 8위 HMM의 글로벌 해운 경쟁력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HMM도 새로운 동맹을 찾아야 할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HMM] |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 글로벌 1위 해운사인 MSC(스위스)와 2위 머스크(덴마크)가 기존 동맹 '2M'을 해체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최근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독일)는 내년 1월 새로운 해운동맹 '제미니 코퍼레이션'을 구성키로 하면서 세계 해운 동맹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는 각각 세계 2위, 5위 해운사다. 내년 2월 출범할 제미니 코퍼레이션은 총 290척의 선박을 통해 26개 노선을 공동 운항할 예정이다.
해운동맹은 선복매입(한 해운사가 다른 해운사의 여유 선복을 유상으로 매입하는 형태), 선복 교환(선박 운영 시 여유 공간 상호 맞교환하는 형태)의 방법으로 영업 조건을 공유하는 체제다. 물량을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선박을 직접 투입하지 않더라도 더 넓은 항로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어 비용 절약 효과가 크다.
앞서 세계 선복량 1위 업체인 MSC와 머스크는 이들의 동맹 2M을 2025년 1월을 기점으로 해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 회사의 결별은 사업 전략에 대한 이견 때문으로 풀이된다. MSC는 컨테이너 선단 규모를 확대하며 해운사업에 집중하는 미래를 그렸지만 머스크는 선단 규모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종합물류기업으로의 변화를 선택했다.
하파그로이드 역시 종합물류 회사로 확장 목표가 있어 머스크 새로운 동맹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해운동맹 재편으로 치킨게임이 재현될 것을 우려한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동맹은 기존 동맹인 오션 얼라이언스와 디 얼라이언스를 약화시키기 위해 치킨게임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과거 사례처럼 출혈이 큰 치킨게임의 발생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해운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새로운 동맹이 생기면서 과다한 경쟁 상황이 벌어지며 (해운)시장 안에서 어느정도의 변동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얼라이언스 재편으로 인한 선복량 증가는 없기 때문에 2010년처럼 경쟁사 몰락을 위해 자신의 출혈도 감수하는 일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선박 시대가 열렸다는 점 역시 치킨게임 우려를 잠재우는 요소다. 국제해사기구(IMO)는2050년까지 선박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에 국내외 선사들은 친환경 선박으로 선대를 교체하는 추세다. HMM 역시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선박의 80%를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친환경은 반드시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가 비용을 낮추는 것이 쉽지 않은 구조"라며 치킨게임 발생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새로운 해운동맹을 찾는 것을 포함해 재편 이후 상황을 하루빨리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선복량이 가장 많던 하파그로이드의 이탈로 디 얼라이언스는 기존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HMM 관계자는 "2025년 1월까진 하파그로이드와 협력이 차질없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내년 2월 이후에도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해운 시장에는 3개의 동맹이 존재한다. MSC와 머스크가 속한 2M, CMA-CGM(프랑스)·코스코(중국)·에버그린(대만)이 속한 오션 얼라이언스, 하파그로이드·ONE(일본), HMM, 양밍(대만)이 속한 디 얼라이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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