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이 양자구도로 재편됐다.
한때 '트럼프 대항마'로 각광받았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중도 사퇴하면서다.
23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공화당의 대선 레이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양자구도가 됐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낙마를 크게 반긴 쪽은 헤일리 전 대사 측이다. 헤일리 전 대사나 경선 캠프는 경선이 하루 빨리 양자대결로 압축돼야만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왔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유세 연설하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루 빨리 양자대결로 재편돼야 트럼프 전 대통령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표심을 결집, '트럼프 대세론'을 흔들 수 있다는 셈법이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 15일 첫 경선이 치러진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19.1%를 득표, 디샌티스 주지사에 2%포인트(p) 뒤져 3위에 그쳤는데도 "오늘 밤 아이오와주가 공화당 경선을 양자 구도로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그만큼 양자구도 재편을 절박하게 원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헤일리 전 대사는 디샌티스 주지사 사퇴 발표가 나오자 이를 크게 반겼다. 헤일리 전 대사는 22일 뉴햄프셔주의 유세 연설에서 "여러분 이 소리가 들립니까? 이 소리는 바로 두사람이 경주를 벌이는 소리입니다"라며 일갈했다.
뉴햄프셔주의 경선은 공화당 당원 뿐 아니라, 무당파 중도 유권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치러진다. 헤일리 전 대사측은 일찌감치 중도 유권자층이 두터운 뉴햄프셔주 경선를 초반 승부처로 삼고, 집중 공략해왔기 때문에 '디샌티스 낙마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지 표심은 헤일리 전 대사의 기대만큼 움직이지는 않는 기류다.
보스턴 글로브와 서포크 대학 등이 뉴햄프셔 경선 예비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2일 발표한 여론조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7.4%의 지지를 얻었다.
헤일리 전 대사는 38.2%에 그쳐 격차가 거의 19%p나 됐다. 이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사퇴를 반영한 조사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CNN 방송도 뉴햄프셔주에서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 격차가 두자릿수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이 뉴햄프셔대학 서베이 센터와 함께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공화당 프라이머리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뉴햄프셔 주민 23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50%로 헤일리 대사(39%)를 11%p 앞섰다.
이달 초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9%, 헤일리 전 대사가 32%였다는 점에서 격차가 더 벌어진 셈이다.
이를 두고 헤일리 전 대사의 희망대로 양자대결 구도가 형성됐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워낙 견고해 추격의 시기를 이미 놓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2위 경쟁을 벌이다가 중도사퇴한 디샌티스 주지사와 비벡 라마스와미 등이 모두 트럼프 지지를 공개 선언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CNN 방송은 이와관련, 디샌티스 주지사의 중도사퇴가 헤일리 전 대사에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