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다 팔렸어요. 2~3일 후에나 들어와요."
편의점 점주가 포스기에서 발주 버튼을 여러 번 눌렀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확보된 기후동행카드 물량은 모두 팔려 다음날에나 신청할 수 있었다. 판매 첫날인 23일 오전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편의점 3곳에서는 준비해둔 카드 물량이 동났다.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가 오는 27일부터 운영하는 교통카드로, 월 6만2000원에 서울 시내 모든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월 6만5000원에는 따릉이 이용까지 포함된다. 이 때문에 교통비를 아끼고자 하는 시민들이 이른 시간부터 편의점을 방문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시 대중교통 통합정기권 '기후동행카드' 판매가 시작된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에 마련된 판매처에서 시민들이 카드를 구매하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기후동행카드는 1회 요금 충전으로 30일간 대중교통(지하철, 버스), 따릉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통합정기권으로 이날부터 모바일카드 다운로드 및 실물카드 구매가 가능하다. 요금은 '따릉이' 이용 유무에 따라 6만2000원권과 6만5000원권으로 구분된다. 2024.01.23 mironj19@newspim.com |
기후동행카드의 인기는 길어지는 고물가·고금리 현상에 영향을 받았다. 농산물이나 전기세뿐 아니라 교통비도 대폭 오르면서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3800원에서 4800원으로 26.3% 올랐다.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서울 버스 요금이 300원 인상됐고, 10월에는 지하철이 150원 오른 1400원으로 조정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카드 구매자들은 대중교통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어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서모씨(27)는 "자취하는 데 들어가는 생활비가 많은데 교통비에서 절감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황모씨(30)도 "대학생 때는 부담이 크지 않았는데 직장생활하면서 월에 찍히는 교통비가 2배 이상 나온다"며 "6만5000원에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인터넷에서도 판매 인증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기후동행카드가 출시되자마자 샀다"며 "오전 7시20분쯤 갔는데 직원이 딱 하나 남았다고 해서 구매했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서울 지하철 역무실에서 판매하는데, 인기가 좋아서 주요 역은 매진됐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썼다.
다만 판매 초기인 만큼 혼란도 예상된다. 지하철역 근처 편의점에서 기후동행카드가 매진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는 편의점에서는 카드를 모르거나 입고가 늦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영등포구청역에서 500m 떨어진 위치에 있는 편의점 점주는 "편의점당 10개씩 신청할 수 있다고 해서 발주를 넣었는데 왜 안 들어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카드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아 불편을 토로하는 소비자도 있다. 구로구에 거주하는 배모씨(33)는 "아이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물카드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며 "평소 신용카드 하나만 가지고 외출할 때가 많은데 챙길 카드가 늘어서 불편할 것 같다"는 우려를 밝혔다. 황씨는 "카드 구매 후 충전을 해야 하는 시스템인데, 시작 날짜가 27일로 고정돼 있다"며 "월요일인 29일부터 사용하려고 했는데 실패해서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향후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ell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