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10년만에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단통법은 단말기 지원금(보조금)을 사전 공시금액보다 많이 줄 수 없도록 한 규제로, 그동안 통신사 배만 불리는 법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단통법이 처음으로 제정된 2014년부터 10년 동안 스마트폰 제조 및 통신 환경이 크게 변화한 만큼, 단통법 폐지가 실질적으로 가계 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200만원에 육박한 삼성폰...20만원도 안되는 지원금
23일 업계에 따르면 단통법의 취지는 이통3사가 과열된 마케팅 경쟁을 줄이고, 보조금 경쟁 보단 요금·서비스 경쟁을 유발하는 한편, 통신망 고도화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이통3사의 과열된 마케팅 경쟁은 줄어들었지만, 그것이 요금·서비스 경쟁을 통한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주말을 맞아 시민들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삼성스토어 홍대에서 AI폰 '갤럭시S24' 시리즈 사전 예약과 체험을 해보고 있다. 2024.01.20 leemario@newspim.com |
이통3사는 2019년 5G 서비스가 본격 개시됐던 시점 고객 유치 경쟁에 공격적으로 나섰을 때를 제외하곤, 공시원금의 재원이 되는 마케팅 비용을 줄였다. 반면 그 사이 팬택,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휴대폰 사업을 접으며 제조사에 애플과 삼성전자 양강구도가 굳어졌고, 이것은 스마트폰 제품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19일부터 사전예약에 들어간 삼성전자 새 프리미엄폰 갤럭시S24의 경우 갤럭시S24울트라(1TB) 출고가가 184만1400원이다. SK텔레콤의 가장 높은 요금제 월 12만5000원을 써도 현재 받을 수 있는 공시지원금은 17만원에 불과하다. 추가 지원금까지 합쳐도 지원금이 20만원을 넘지 못 하는데, 결국 이 제품을 사전예약을 통해 구매하려면 구매자는 160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단말기 가격이 50만~60만원 사이일 때는 지원금을 50만~60만원 수준으로 풀면 공짜폰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단말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50만원 넘는 지원금을 풀어도 100만원이 넘는 돈을 줘야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다"면서 "통신사들은 이젠 삼성 신제품이 나왔다고 지원금을 많이 풀고 마케팅 경쟁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총선 앞둔 국회, 단통법 폐지 시간 걸릴 듯
단통법 폐지를 통해 정부가 기대하는 부분은 통신사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다. 하지만 이것이 실효성 있는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수 있는 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이미 스마트폰 제조사에 있어 경쟁 촉진 요인이 없는데다, 통신 쪽 역시 회선 수가 포화된 상황이라 단통법 폐지로 과거와 같은 마케팅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제정됐을 때 삼성, 애플 뿐 아니라 모토로라, 팬택, LG전자 등 많은 제조사가 난립했고 점유율 경쟁이 활발했던 데다 통신사의 번호이동도 많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애플과 삼성밖에 없고, 제품 출고가도 많이 올라 고객들이 체감할 정도로 단말기를 싸게 살 수 있는 지원금이 풀릴 진 미지수"라고 말했다.
반면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 측은 정부의 단통법 폐지 발표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측은 성명서를 통해 "단통법이 폐지돼 소상공 유통 판매자들이 더 이상 폐업이 없어야 하며, 불법 성지가 건전한 이통통신 유통환경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동통신 사업자의 건전한 경쟁으로 국민들의 가계통신비가 실질적으로 절감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한국에서 아이폰의 점유율이 높아졌는데, 단통법이 폐지되면 삼성이 아이폰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요인이 생길 수 있다"면서 "미국 유통점에서 갤럭시S24를 사면 할인권을 주는 것과 같이 유통점 혜택도 기대할 수 있는 등 단통법 폐지로 다양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통법이 폐지되기 위해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를 거쳐야 하는 만큼, 당장 단통법 폐지를 기대하긴 어렵다. 현재 21대 국회 종료와 22대 총선을 앞두고 있어 근 시일 내 법안 논의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은 단통법 폐지에 대해 "기본적으로 기존 제도를 배제 내지 폐지하기 위해선 사후 대책과 대안을 제시하고 추진해야 하지만, 부작용과 문제에 대한 어떤 대안과 대책도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이번에 발표된 단통법 폐지는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표 구걸용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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