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정부가 총 134조원을 투입하는 교통 혁신 3대 패키지를 내놓으면서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는 이들 사업의 재원 마련을 두고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특히 민자 유치의 성공 가능성은 물론 민자 방식으로 추진될 경우 이용 요금이 대폭 비싸질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속도 혁신▲주거환경 혁신▲공간 혁신 등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을 전날 발표했다. 이들 정책에는 134조원이라는 재원을 투자해 교통체계를 개편하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수백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134조원에 달하는 재원이 국가 재정 뿐 만 아니라 지자체 부담, 민간 투자, 신도시에 포함된 조성원가, 공공기관의 재원 등으로 구성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국비 30조원, 지방비 13조6000억원 민간 재원 75조2000억원, 신도시 조성원가 반영 9조 2000억원, 공공기관 5조6000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백원국 국토부 제2치관은 재원 마련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백 차관은 지난 24일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서 "(5개 부문의 재원 구성 중) 2개는 이미 확정된 상태"라면서 "신도시 조성원가에 반영돼 있는 9조2000억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적립돼 있고 지하화부분도 민간자본과 한국도로공사 (재원이) 세팅돼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별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38조6000억원, 지방 광역·도시철도 18조4000억원, 신도시 교통 개선 11조4000억원, 철도·도로 지하화 65조 2000억원으로 편성돼 있다.
국토부는 GTX D·E·F 신규 노선이 민자 방식으로 도입되기 때문에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GTX A·B·C 확정 노선이 일부 재정구간을 포함하고 있긴 하나 대부분 구간에서 민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선례가 있는 점을 들었다.
A노선의 경우 민자 구간(파주~삼성, 46.0㎞)과 재정 구간(삼성~동탄, 39.5㎞)으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다. B노선은 인천 송도 인천대입구역에서 경기도 남양주 마석까지 수도권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노선이다. 전체 노선 82.7㎞ 가운데 상봉~마석 62.8㎞는 민자 사업 구간이고, 나머지 용산~상봉은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재정 구간으로 계획됐다. 총 사업비는 약 3조8000억원으로 민자 사업자로 선정된 대우건설컨소시엄이 모든 구간을 완공한 뒤 40년 동안 운영을 하며 투자비를 회수한다.
GTX-C노선은 경기 양주시 덕정역부터 수원역까지 14개 정거장을 지나는 총 86.46km 구간을 현대건설컨소시엄이 수주해 향후 5년간 총 4조6084억원을 투입한다.
국토부는 AㆍBㆍC 노선의 연장구간에 대해서도 지자체 비용 부담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재정적 부담이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 차관은 "A와 C 연장 구간은 이미 지자체가 부담하겠다고 헀고, B노선은 아직 확정이 안됐다"면서 "D·E·F노선도 민자 제안이 활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자 방식이라도 적지 않은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민간 운영 상 손실이 날 경우 보존도 해줘야 한다. 올해 인천공항철도 등 민자 철도 운영비 지원 항목으로 책정된 정부 예산은 8100억원에 달한다. 지자체들도 부담을 져야 한다.
또 민자사업으로 추진될 경우 이용자의 요금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대표적인 예가 수익형 민자 사업(BTO·Build Transfer Operate)으로 도입된 신분당선이다. 신분당선은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보다 요금이 1.7배 비싸다. 하지만 운영사는 여전히 적자 상태다. 신분당선은 재정지원이 없기 때문에 요금 인상 압력을 계속 받는다.
이에 대해 백 차관은 민자사업의 양면성과 어느 한쪽의 부담이 일정 부분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민자사업은 사업성이 확보가 돼야 하지만 국민들 부담까지 양면을 봐야 한다"면서도 "재정 부담이 높아지면 운영비 부담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면서 "해당 사업자에게 부담을 지울 것인지, 실제 이용하는 승객에게 부담을 지울 것인지를 균형감있게 충분히 고려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국토부] |
철도·도로 지하화 사업도 재원 마련이 관건이다. 일단 철도는 지상 철도를 지하에 새로 건설하는 비용을 지상 부지 개발로 충당할 수 있다. 특히 역세권은 고밀·복합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익성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추진하는 도로 지하화는 다르다. 기존 상부 차로는 일부 차선만 줄이게 돼 개발할 여지가 없다. 상부도로의 여유 공간은 시민들이 공원, 녹지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업무시설 활용 방안도 계획됐지만 지하도로에 투입하는 비용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철도 부지는 도심을 관통하는 노른자위 땅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발을 통한 수익이 철도 지하화 건설에 충분히 투입될 수 있는 반면, 도로 지하화는 유료화가 아닌 이상 대대적인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