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월가 기대치를 크게 웃돌면서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3월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진단이 강해지고 있다. 미국 경제가 강하게 지지되면서 연준이 급히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는 평가에서다. 다만 다른 한편에선 물가 오름세가 빠르게 안정되자 연준의 올해 금리 인하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미 상무부는 25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연율 3.3%(속보치)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전망치 2.0%를 큰 폭으로 웃돈 수치다. 4분기 GDP 성장률이 3분기 4.9%보다 둔화하긴 했지만 3분기와 4분기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경제 재개방 시기를 제외하면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강했다.
미국 경제에서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4분기에도 2.8% 증가하며 전체 경제를 지지했다. 소비에 이어 성장률에 두 번째로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투자는 2.1% 확장했다. 다만 기업 재고는 50억 달러 증가에 그쳐 재화 생산 속도 둔화를 나타냈다. 앞서 지난가을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재고는 가파르게 증가한 바 있다. 4분기 정부 지출은 3분기보다 둔화했지만, 여전히 3.3%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지난해 말 물가 오름세는 빠르게 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연 2.7% 상승했고 연준이 주목하는 근원 PCE 물가지수는 3.2% 올랐다. 근원 PCE 물가지수는 헤드라인에서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지표다.
미국 GDP 성장률 추이.[차트=미 상무부] 2024.01.26 mj72284@newspim.com |
◆ 커진 연착륙 기대…시장, 5월 피벗·6차례 금리 인하에 베팅
강력한 경제 성장세에 시장은 연착륙 기대를 키우고 있다. 연착륙은 경제의 큰 폭 둔화 없이 연준이 물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준의 물가 상승률 목표는 2%다.
경제가 예상보다도 강한 지지력을 유지하면서 3월 금리 인하 기대는 크게 후퇴했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금리를 내리려는 연준에 완벽에 가까운 여건이 조성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해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제이미 콕스 매니징 디렉터는 "헤드라인 수치는 강력한 소비와 인플레이션 하락이라는 완벽한 조합이었다"며 "올해 금리를 내리려는 연준 위원이라면 이러한 것을 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5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약 90%로 반영 중이다. 반면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47%대로 내려왔다.
스파르탄 캐피털 증권의 피터 카딜로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표는 우리가 새해를 강력한 성장세와 함께 맞이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며 "소비자들이 이전 분기보다 다소 약해졌지만, 이것은 연착륙을 위한 좋은 징조"라고 분석했다. 이어 카딜로 이코노미스트는 "결론적으로 이것은 좋은 지표이지만 연준이 최소 2024년 3분기나 4분기까지 금리를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을 오히려 응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애시윈 알랜카 글로벌 자산 배분 책임자는 "연준이 너무 성급하게 금리를 내리고 시스템에 유동성을 유입하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의 2차 물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며 연준은 성공적으로 물가를 정상화하고 경제를 질식시키는 것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타이트한 정책을 오래 유지하는 것을 응원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2차 (인플레) 물결이 우리에게 닥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1.26 mj72284@newspim.com |
이날 GDP 지표 발표 후 시장에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이 커질 전망이 강해졌다는 사실이다. 이날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말 3.75~4.00%로 낮출 가능성을 전날 34.5%에서 38.1%로 높였다. 현재 기준금리가 5.25~5.50%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연준이 25bp(1bp=0.01%포인트)씩 총 6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은 올해 3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미즈호 증권의 스티븐 리치우토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 수치이고 그들은 아마도 금리를 다소 너무 높이 올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채권 금리가 내리고 주식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동부 시간 오전 11시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4.8bp 내린 4.130%를 기록했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은 6.2bp나 밀린 4.316%를 나타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 중이다. 다우지수는 0.11%, S&P500지수는 0.32%, 나스닥 지수는 0.44% 각각 오름세를 보였다.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날보다 0.33% 오른 103.58을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은 0.51% 하락한 1.0832달러, 달러/엔 환율은 0.06% 상승한 147.60엔을 각각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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