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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다주택 보유' 공무원, 승진 대상 배제는 부당"

기사등록 : 2024-01-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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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비위 정도 심하지 않아" 원고 승소
2심 "인사 공정성 해쳐 비위 정도 약하지 않아" 원고 패소
대법 "다주택 보유자 모두 승진 못 해…임용 심사 과정 부당"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다주택을 보유한 5급 공무원을 4급으로 승진시켰다 강등 처분한 것에 대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징계 근거가 된 주택보유조사가 인사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고, 다주택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승진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경기도 공무원 한모 씨가 경기도를 상대로 낸 강등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뉴스핌DB]

한씨는 2020년 10월 1일부터 2021년 1월 11일까지 경기도 보건건강국에서 근무했다. 경기도는 2020년 12월 17~18일 4급 승진후보자에 대해 주택 보유조사를 실시했고, 한씨는 자녀 명의의 주택 1채와 매각 진행 중인 주택 1채 등 총 주택 2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답변을 제출했다.

한씨는 2021년 2월 경기도 지방서기관(4급)으로 승진했으나 경기도는 같은 해 6월 그에 대한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한씨가 주택 보유조사 당시 조사 서식을 자의로 판단해 오피스텔 분양권(2건)을 주택 수에서 고의로 누락·제출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 인사위원회는 같은 해 7월 한씨가 지방공무원법 제48조(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강등 징계를 의결하고 다음 달 그를 강등 징계 처분했다. 한씨는 이후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경기도 소청심사위원회는 이를 기각했고, 한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씨는 본인과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었던 오피스텔 분양권이 조사 대상인 '주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해했다며 주택 보유 현황에 관해 거짓 진술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는 본인이 당시 다주택 보유 해소 권고 대상인 고위공직자도 아니었고,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해당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위법하다고도 했다.

1심은 한씨가 오피스텔 분양권 2건을 누락·진술한 부분은 징계사유로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해당 처분은 합리성·타당성을 잃어 위법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 지방공무원 징계 규칙은 성실의무 위반 중 비위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강등~정직' 징계하도록 정하고 있다"면서도 "금품 비위, 성폭력 범죄, 성매매 등을 심한 비위행위로 보고 있는데 이 사건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직무상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을 취득했다는 등 원고가 직무수행과 관련해 비위를 저지른 것도 아니어서 원고의 비위 정도가 심하다고 볼 수 없다"며 "그외 제출된 자료들만으로는 한씨에게 거짓 진술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2심은 한씨에 대한 경기도의 강등 징계가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무원에게 징계처분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며 "징계권자가 내부적인 징계양정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징계처분했을 경우 정해진 징계양정 기준이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한씨는 '경기도 고위공직자 다주택 보유 해소 권고' 공문을 공람해 오피스텔 분양권도 주택에 해당하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4급 승진후보자인 한씨가 본인의 승진과 관련해 주택보유현황을 거짓으로 진술함으로써 인사의 공정성을 해한 것은 결코 비위 정도가 약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씨와 같이 주택보유현황을 밝힌 4급 승진후보자 132명 중 다주택 보유자라고 신고한 사람은 35명이고, 이들 모두 4급으로 승진하지 못했다"며 "그런데도 주택보유현황을 허위로 신고해 승진한 한씨에게 징계양정 기준에 따라 이뤄진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판단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거주와 무관하게 시세차익만을 목적으로 주택용 부동산에 관한 투기행위를 하거나 부정한 자금으로 부동산을 매수했다면 도덕성·청렴성 등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단순히 다주택 보유 여부와 같은 '주택보유현황' 자체가 공무원의 도덕성·청렴성 등을 실증하는 지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주택보유조사는 공무원의 직무수행능력과 관련 있는 도덕성·청렴성 등을 실증 평가하기 위해 실시된 것이라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법령상 근거 없는 '다주택 보유 여부'를 4급 공무원으로의 임용 심사에 일률적인 배제 사유 또는 소극 요건으로 반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경기도는 4급 후보자들에 대해 사전에 다주택 보유 해소를 권고하지도 않은 채 주택보유현황을 조사했다"며 "각자의 주택보유경위, 주택매수자금의 출처 등을 확인하지 않고 다주택 보유자들을 임용 심사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상자들은 다주택 보유 해소를 권고받지 못해 주택을 처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주택보유현황이 구체적인 경위와 내역에 고려 없이 곧바로 인사에 직접 반영될 것이라고는 객관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부연다.

끝으로 재판부는 "한씨와 같이 주택보유현황을 밝힌 4급 승진대상자 중 다주택 보유자로 신고한 35명이 모두 4급으로 승진하지 못했다는 정황은 그 자체로 경기도의 4급 공무원 임용 심사 과정이 부당했음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정"이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hyun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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