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은행권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1월에만 300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되는 등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규모 손실에 일부 은행들은 ELS 상품을 잠정 중단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ELS 만기 손실액은 지난 26일까지 3121억원으로 집계됐다. 확정 만기 손실률은 53% 수준이다.
올해 홍콩 H지수 연계 ELS 상품이 만기도래 금액은 약 15조원이다. 올해 1분기 3조 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으로 10조원이 상반기에 몰려있는데, 이 중 5대 은행에서 판매한 규모만 9조원에 달한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H지수가 고점이었던 2021년 초 이후 발행된 3년 만기 ELS 상품이다. ELS는 개별 주식·지수가 일정 구간 안에 머무르면 일정 수익을 지급하지만, 원금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2024년 만기 H지수 연계 ELS 규모 [출처=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
특히 중국 부동산 기업 헝다그룹에 대한 청산 명령으로 홍콩H지수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상반기 원금 손실액은 예상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현재와 같은 손실률을 감안하면 상반기 손실 규모는 5조~6조원까지 불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콩H지수 연계 ELS의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하면서 관련 상품을 판매했던 은행들은 ELS 상품 판매를 속속 중단하고 나섰다. NH농협은행에 이어 하나은행은 전날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도 ELS 상품 판매 중단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포함된 주가연계신탁(ELT)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ELT는 증권사가 발행한 ELS를 편입한 은행의 신탁상품이다. 판매 주체가 증권사냐 은행이냐에 따라 관리 방식이 다를 뿐 ELS와 상품 자체는 동일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콩 H지수 사태 이후 만약을 대비한 증시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리하고 있다"며 "ELS 관련 상품 판매는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4.10 총선을 앞두고 홍콩 H지수 연계 ELS 상품 손실을 둘러싼 배상 비율은 금융권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금융감독원 검사 종료후 ELS를 포함한 고위험 상품 관련 제도 개선안을 검토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풋옵션 매도와 같은 파생상품 구조화 상품의 은행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에 "풋옵션 매도는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에 많은 부분 공감한다. (판매중단 지적에 대해) 개인적으로 상당부분 공감한다"고 밝혀 사실상 은행의 ELS 판매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해부터 홍콩 ELS 대응을 위한 TF를 은행별로 가동중인 가운데 은행권이 배상 평균 비율을 30% 수준으로 잡고 투자자별로 20%, 30%, 40%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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