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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임대차계약, 계약 갱신 날 아닌 통지 3개월 후 효력 발생"

기사등록 : 2024-02-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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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해지통보 도달로 계약 해지 가능" 주장
임대인 "계약 갱신된 날부터 해지통보 가능" 반박
대법 "갱신 효력 발생하면 언제든지 계약 해지 통지할 수 있어"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갱신 요구에 따라 임대차계약에 갱신 효력이 발생한 경우, 갱신 임대차계약 기간이 개시되기 전이라도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언제든지 계약 해지 통지를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임차인 이모 씨가 임대인 김모 씨를 상대로 낸 임대차보증금등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이씨는 김씨와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아파트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맺고 2017년 3월 10일부터 2년간 거주한 뒤 2021년 3월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2021년 1월 4일 이씨는 김씨에게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김씨가 임대차계약 기간 종료 2개월 전인 1월 9일까지 갱신 거절 통지를 하지 않아 임대차계약은 묵시적으로 갱신됐다.

이씨는 같은 달 28일 김씨에게 갱신된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김씨는 다음날 이를 수령했다. 이씨는 같은 해 4월 26일 김씨에게 '해당 아파트를 오는 30일 인도할 예정이니, 임대차보증금 2억원과 입주 기간 동안 납부한 관리비 중 장기수선충당금 70만원가량을 지급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당일 아파트를 인도했다.

이씨는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됐으나 김씨가 본인의 해지통보를 받았으므로 2021년 4월 30일 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하면서, 김씨에게 임대차보증금과 장기수선충당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김씨는 임대차계약 갱신으로 인해 계약 해지통보는 갱신된 계약이 시작되는 2021년 3월 10일부터 할 수 있으므로 실제 해지 날짜는 6월 9일이라고 반박했다.

1심은 두 사람의 임대차계약이 이씨의 주장대로 4월 29일 해지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대차계약이 묵시적 갱신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며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기 때문에,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법률 문언 해석에 부합한다"고 봤다.

이에 재판부는 김씨가 이씨에게 약 325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2심은 김씨의 주장대로 계약 해지 통지의 효력이 임대차계약 갱신 시작일부터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차인의 갱신 요구에 의해 갱신되는 임대차계약 해지권은 임차인에게 일방적인 해지권을 부여한 예외적 조항"이라며 "해당 규정에는 '갱신된 임대차계약'의 해지 권한을 부여한 것이므로 갱신된 계약기간 개시 전후를 불문하고 임차인에게 언제든지 계약종료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에 2개월 전이라는 법정 행사 기간을 둔 이유는 임차인이 다른 주거를 찾는 시간 확보뿐만 아니라 임대인에게도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거나 보증금 마련을 위한 기회를 제공해 재산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후 임의로 철회할 수 있다고 한다면 임대인은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부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2021년 1월 4일자 갱신요구통지를 한 다음 임대차가 만료되기 2개월 전인 9일까지의 법정기간이 지난 이후인 28일에 이르러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이 해지 통지를 4일자 갱신요구통지의 철회로 볼 수도 없다"고 부연했다.

이에 재판부는 김씨가 이씨에게 반환할 임대차보증금이 없다며, 1심판결 중 피고 부분을 취소하고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규정을 종합해 보면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에게 갱신 거절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임대인에게 갱신 요구가 도달한 때 갱신의 효력이 발생한다"며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갱신 요구에 따라 임대차계약에 갱신의 효력이 발생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해지 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며 "이는 계약 해지의 통지가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이 개시되기 전에 임대인에게 도달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이씨의 통지가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이 개시되기 전 김씨에게 도달했다고 해서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이 개시되기를 기다려 그때부터 3개월이 지나야 해지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따라서 원심은 임대차계약의 해지 효력이 발생한 2021년 4월 29일 기준으로 미지급 차임 등을 공제하고 남은 임대차보증금 및 장기수선충당금이 있으면 이를 반환하도록 하는 판단을 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hyun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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