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윤희 기자 =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철학적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정치인이 탄생할 수 없는 제도에 있다. 국회에 들어오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이런 제도를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인천 남동을로 출사표를 던진 배태준 전 세종 변호사(42)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뉴스핌과 만나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에 대한 철학을 재차 강조했다.
배 변호사는 한국 사회에 팽배한 혐오를 지적하며 "철학적 구심점을 갖고 있는 누군가가 나와 한 곳으로 모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대를 이기면 잠깐은 시원할 수 있겠지만 같은 나라에 살면서 영원히 서로 헐뜯고 적일 수는 없지 않겠나"라며, 그간 쌓아온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분열돼 가는 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배 변호사는 인천 남동구 간석동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 대원외국어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10여년간 변호사로 활동했고,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 유학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인턴을 거쳤다.
김&장을 나온 뒤에는 고민 상담 팟캐스트와 네이버 '고민 상담 카페'를 운영하며 코로나 시기 사회 문제를 탐구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 AI 등 신산업 관련 창업멘토링과 강연 등으로 사회 각계의 사람들을 만났고, 입법에 대한 관심으로 2021년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선거캠프에서 경제팀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 일과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활동을 병행하다 지난 1월 인천 남동을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인천 남동을 출마예정인 배태준 변호사가 14일 오후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뉴스핌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4.02.14 yym58@newspim.com |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한국은 현재 외견상으로는 뭔가를 많이 이룬 나라다. OECD 가입국이고, 무역 규모도 어느 정도 되고, GDP는 전세계 12~13위고. 민주화와 경제 선진을 다 이뤘다고들 하지 않나. 사실 하나의 이면을 벗겨놓고 보면 지금이 정점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건 간단치가 않은 문제다. OECD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가 현재 자살율은 1위고 출생율은 꼴찌다. 수치로 봤을 때 굉장히 빠르게 소멸국가가 돼 가고 있는 거다.
한국은 성장 기반의 대부분이 인적 자원이다. 그리고 인적 자원을 모으는 힘은 integration(통합)이다. 공동의 가치를 갖고, tolerance(관용)를 갖고, 양보하고 타협하며 조화를 이뤄 하나의 힘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SNS만 봐도 서로 완전히 다른 세상이고, 상대는 적이며 이쪽을 꺾어야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 결과물은 각자도생과 무한 경쟁, 양극화, 혐오, 분열이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 80년대생이 가진 시대정신이 떠올랐다.
저희 세대는 굳이 따지자면 '끼어있는' 세대다. 어르신들보다는 많이 못 가져갔지만 90년대 이후 세대들에게는 비난받는 세대. 그래서 반대로 양쪽 세대들에 다 미안하기도 하다. 길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면 전쟁과 독재정권, 가난 등으로 엄청나게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런데 우리는 그분들께 고생하신 것만큼 돌려드리기는 어렵다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조금만 양해해달라고 말씀드려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90년대생, 2000년대생들에게도 양해를 구해야 한다. 이 세대들이 갖고 있는 울분의 1번은 출구가 없다는 거다. 아무리 좋은 스펙을 갖고 있어도 정규직은커녕 인턴을 하기도 힘들고, 그러다 보니 공무원 시험에 몰빵을 했는데 경쟁률은 말도 안 되고. 공무원 월급을 갖고 집을 무슨 수로 사나 싶어 코인을 하는데 100명 중 1명만 돈을 벌고 99명은 잃는다. 그렇게 결국엔 분열과 분노, 혐오로 가는 거다.
근본적 원인은 사회가 가진 자원이 적다는 것이다. 70~80년대 우리 사회가 가장 크게 성장했을 당시 만들어 둔 성장의 틀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래서 더이상 확장을 할 수가 없다. 70~80년대생들은 고생도 많이 했지만 직장 구하기, 집 사기가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성장이 멈춰 버려 기본적으로 시작점이 다르다. (세대마다) 기준이 다르니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서도 안 되고, 단시간 내에 미래 세대들에게 똑같은 성장률을 줄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이 필요하고, 메시지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혁신과 순환을 할 것이고 어떤 가교를 만들 것인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저는 그 가교가 될 수 있는 것이 80년대생이라 봤다. 사실 저도 무섭고 두렵지만, 누군가는 메시지를 내줘야 한다. 저는 비교적 경험이 다양한 편이다. 인천에서 태어나 미국도 살아봤고, 서울도 살아봤고, 어릴 때 고생도 어느 정도 해봤고, 직업도 다양하게 해봤고. 나이대에 비해 이해의 폭이 넓은 편이다. 그래서 제가 그런 설득의 가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는. 당의 어떤 점에 공감했는지
▲앞에서 말한 우리 사회의 '혁신과 순환'을 위해서는 기존 산업을 유지하며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산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후세들이 먹고 살 자원을 마련하는 데 기존 산업으로는 한계가 있다. 바이오, IT, AI, 로봇 등의 신산업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젊은 세대들에게 도전의 기회와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논의하는 데 민주당이 다른 당보다 더 강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연히 당 내 모든 의견이 같지는 않겠지만, 일단 제가 뛰어들었을 때 대화와 토론 및 가치 철학의 공유를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은 민주당이 가장 가깝다고 봤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검찰 독재 심판'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웠다. 현 정부의 문제를 꼽는다면
▲불통과 아집이다. 검찰은 사법 시스템 안에서 누군가를 놓고 조사해 죄가 있다고 생각하면 기소, 없다고 생각하면 불기소를 진행한다. 즉 피아(彼我)가 있는 거다. 그런데 정치는 다르다. 정치에선 rival(경쟁자)이 있어야지 enemy(적)가 있으면 안 된다고 많이 이야기하지 않나. 지금의 검찰은 죄의 유무만 밝히면 되는데, 민주당에 있는 특정 인물들을 적이라 생각하고 조사한다. 정치는 아무리 당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도 국민의 뜻을 모아야 되는 거다. 대화하고, 조정하고, 타협하고, 그러려면 영수회담 같은 접점이 많아야 하는데 지금은 그냥 불통이다. 본인들이 생각하는 대로만 '너희는 청산해야 돼. 적이야', '너희는 이상해, 범죄자야', 이런 프레임만 있다. 의석수와 상관없이 대화를 먼저 시작하는 건 집권 여당이어야 하는데, 저렇게 불통으로 나오니 야당은 방어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같은 불통의 상징적 기조 중 하나가 얼마 전 진보당의 강성희 의원 사례다. (강 의원이)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진다'고 했는데, 끌고 나가는 거야 그렇다 쳐도 입을 막는 건 정말 말이 안 된다. 입으로 무슨 공격을 하겠나. 그거야말로 나는 듣기 싫은 말은 듣지 않겠다, 내 생각이 무조건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는 이분법적 사고다. 그러면서 결국 검사 출신들을 여기저기 꽂고 있고, 그분들이 모든 곳에서 정치가 아닌 사법을 하고 있으니 불통이 더 커지는 거다. 성과라도 냈으면 모르겠는데 집권 3년차인 현재 무슨 성과가 있나. 잼버리 파행, 이태원 참사, 엑스포 유치 실패, 각종 구설수까지. 어떤 계획과 어떤 철학, 어떤 큰 그림을 갖고 있는지가 안 보인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 생각한다.
-42세의 청년 정치인으로서 현 정치권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치는 진흙밭에서 연꽃을 피우는 것이라 하지 않나. 실제 경험해보니 정말 깜짝 놀랄 일이 많다. 그래서인지 청년뿐 아니라 괜찮은 사람들은 내 인생을 던져가며 정치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정치와 현실이 점점 유리되는 거다. 지역구 선거 제도가 괜찮은 청년들이 선거에 뛰어들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는 것도 문제다. 청년들은 대개 사는 곳과 일하는 곳, 실제 활동하는 커뮤니티 간 관련성이 낮다. 이직이나 결혼으로 이사를 자주 가기도 하지만 지역구에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다. 그래서 청년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려 해도 어르신들이 지역 정주성이 훨씬 높고, 커뮤니티 활동이나 네트워킹도 더 잘 돼 있다.
이렇다 보니 지역구 행사를 가도 참석자가 100~200명이라 하면 그 중 청년은 극소수다. 일시적일지 지속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지역 상황은 그렇다. 그래서 지역구 선거는 똑똑하고 능력있는 것보다 그 지역에서 봉사활동 많이 하고, 밥차 많이 나누고, 연탄 많이 나르면 되는 구조다. 조기축구회, 산악회, 동문회, 종친회, 종교 활동이 당락을 가르는 구조. 혐오의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권에, 지역 기득권은 어마어마하게 센데 커뮤니티 연계성까지 낮은 청년들이 선거에 인생을 갈아 넣어가며 뛰어드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기회도 없고, 기회를 만들기도 어렵고, 그래서 괜찮은 사람들은 정치권에 들어가지 않고, 악순환이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인천 남동을 출마예정인 배태준 변호사가 14일 오후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뉴스핌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4.02.14 yym58@newspim.com |
-인천 남동을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남동을은 제가 태어나 자란 곳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동네 정서를 잘 안다. 지금 인천에 와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인천 출신이 아니고, 성인이 돼서 오신 분들도 많다. 물론 그분들이 가진 강점도 있겠지만 저는 거기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며 갖게 된 정서적인 것들이 있다. 그래서 남동을의 80~90년대를 굉장히 잘 알고, 현재 이 동네가 앞으로 어떻게 더 나아가면 좋을지를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게 제 차별화된 강점이라고도 생각한다.
-개혁하고픈 지역 현안이 있나
▲지금 지역에서 가장 많이 관심을 갖는 건 교통과 도시재생사업이다. 특히 철도 문제. 남동을은 산업시설이 많지 않고, 타지로 출퇴근하는 비율이 높다. 그런데 제대로 된 철도는 인천지하철 1호선밖에 없고 그것도 경의선 쪽으로 돌아가다 보니 제2경인선에 대한 수요나 광명~서울까지 지하철을 연장하는 것, 광역버스 등에 대한 니즈가 많다. 또 남동을은 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인천광역시를 확장하던 과정에서 개발된 도시인데, 이후 인천 개발의 축이 연수동, 송도, 청라, 영종도 쪽으로 넘어가면서 자원 투자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 때문에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바람이 높고, 열악한 주차 환경 개선이나 전통시장 현대화, 노후 주거시설 보완 등 도시재생사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상권을 살리는 것과도 연결이 되기 때문에, 국회에서 예산을 마련하는 것 외에도 국토부나 다른 기관들과 협업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 이를 위해 제가 갖고 있는 열정이나 경험, 전문성, 네트워크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
-앞으로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지
▲격려와 지지만큼이나 많은 우려와 반대가 있었고, 들어와보니 생각보다도 훨씬 더 힘들다. 그렇지만 하루하루 그냥 뚜벅뚜벅 걸어가고 싶다. '아직은 한 발 더 갈 만하니까' 하는 생각으로. 어른들도 화를 풀 수 있고 청년들도 답답할지라도 슬기롭게 서로 공격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볼 수 있는, 그래서 지속가능한 나라를 만드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남기며 한 발 한 발 가는 게 목표다. 몇 선을 하겠다, 무엇이 되겠다, 그런 건 모르는 일이고 제가 정하는 것도 아니라 생각한다. 지역이든 나라든 앞으로의 미래든 거기 조금이라도 뜻을 남길 수 있는 정치인, 나아가 뜻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인천 남동을 출마예정인 배태준 변호사가 14일 오후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4.02.14 yym58@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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