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정부가 국내 이커머스의 플랫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규제 확립 전, 소비자 이익과 손실을 잘 저울질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섣부른 대안책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 해외 사업자, 국내법 적용받지 않아 초저가 제시 가능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는 한국유통학회와 네이버, 쿠팡, 11번가, 지마켓, SSG닷컴 등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측이 참석한 가운데 자본과 규모를 내세워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글로벌 플랫폼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 강화 방안 논의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국내 업체들은 정부 측에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알리바바는 해외 소비자를 위해 만든 쇼핑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Ali Express, 速賣通)를 이용해 직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바이두] |
현재 국내 업체는 '알리'나 '테무'와 같이 똑같은 중국발 초저가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관세와 부가세, KC 인증 등 국내법에 따른 절차를 거쳐야 해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중국발 이커머스 등 해외 사업자는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아 인증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 현재와 같은 초저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제시할 수 있다.
실제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파격적인 저가 정책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앱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약 717만명으로 1년 새 두 배로 뛰었다.
◆ '규제 완화'냐 '지원'이냐…소비자에게 피해 안가야
정부는 우선 간담회에서 경청만 한 후 추후 지속적으로 논의해 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다른 부처와의 조율도 필요한 사안"이라며 "업계의 애로사항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를 하고, 어떻게 협의할 것인지 검토할 것이며, 주기적으로 업계와 모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규제 완화가 될 수도 있고, 지원 정책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원 정책의 경우 국내 플랫폼들이 전날 간담회에서 제시한 '역직구 경쟁력 강화'를 꼽을 수 있다. 이는 국내 셀러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이끌어줘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온라인 쇼핑 무역 수지가 적자 상태인 것을 감안할 때, 고려할 만한 지원책이 될 수 있다.
'규제 완화'의 경우, 인증 절차의 간소화 등이 꼽힌다. 다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품질을 보장하는 제도가 약화돼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규제를 무조건 완화한다고 해서 알리와 테무를 능가할 경쟁력이 갖춰지는 건 아니고 오히려 소비자 피해만 늘어날 수 있다"라며 "지원을 하더라도 효과가 없으면서 소비자 피해만 유발할 것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계에서 요구하는 지원책과 소비자 권리를 잘 조율해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