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의 국회 처리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는 '탈원전'이나 '친원전'과 무관하게 우리 세대가 해결해야 할 필수 과제"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황 사장은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세대는 탈원전과 친원전과 무관하게 원전으로 큰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도록 원전의 덕을 본 현 세대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준위 특별법은 원자력의 부산물인 방사성 폐기물 중 열과 방사능 준위가 높아 위험도가 큰 고준위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처리하기 위한 법안이다. 처리시설인 방폐장을 짓기 위한 부지선정 방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8일 '여름철 전력수급 대비 발전소장 회의'를 개최하고 "올여름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원전을 운영하자"고 당부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2023.06.08 victory@newspim.com |
현재 국회에는 여야가 발의한 4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그동안 여야는 법안 소위원회에서 총 11차례에 걸쳐 법안 처리를 논의했으나 저장용량을 둘러싼 이견으로 인해 매번 불발됐다. 여당은 필요 저장용량 예측에 '운영허가기간'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설계수명기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의 주장에는 설계수명기간이 끝날 경우 예외 없이 폐기물 처리를 막아 원전의 비활성화를 꾀하는 탈원전 기조가 담겨 있다.
제21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번주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지 못할 경우 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국회 임기 만료 때까지 처리되지 못한 법안은 다음 국회가 시작되면 폐기된다.
황 사장은 "새 회기가 시작되면 원구성에서부터 시간이 한참 걸리고, 총선 이후에는 또 새로운 의원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 분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에 적어도 1년은 걸린다"며 "이번 회기 내에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여야 간 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야당이 중요하는 설계수명기간 기준에도 타당한 점은 있다. 이 정도의 의견 차이는 합의하는 데 큰 문제 없는 수준"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고준위 폐기물은 습식과 건식을 거쳐 영구 저장하는 총 3단계의 절차로 처리된다. 현재 습식 단계는 각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오는 2030년부터 차례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한수원에 따르면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한울 2031년, 고리 2032년, 신월성 2042년 순으로 포화에 달한다.
이에 건식과 영구 저장 등을 맡을 방폐장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황 사장은 "방폐장 건설이 늦어지면 사용후핵연료의 관리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국민들의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탈원전·친원전 등 정부 정책이 바뀌는 것과는 무관하게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에 적기를 놓칠 경우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 32기를 가동하면 총 4만4692톤t의 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북 울진의 한울원전3호기(붉은 원표시)[사진=한울원전본부]2024.01.27 nulcheon@newspim.com |
원전이 소재한 지역의 주민들도 방폐장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이 사실상 방폐장의 역할을 수행하며 영구화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사용후핵연료가 원전 내에 수십년간 축적된다는 점에서 지역 주민들의 안전도 우려되는 사안이다.
황 사장은 "고준위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방폐장의 부지를 선정할 때 정책 신뢰성이나 주민 수용성이 월등히 좋아지게 된다"며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 확보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관련 특별법을 통해 유치 지역에 대한 수혜를 보장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정확하게 담아내 주민 수용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수원은 원전 내 저장시설에 조밀저장대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용량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밀저장대는 폐기물 간 저장 간격을 좁혀 전체 용량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다만 조밀저장대를 활용할 수 있는 용량도 얼마 남지 않아 방폐장 구축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황 사장은 "기존 저장시설의 용량을 늘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밀저장대는 거의 모든 발전소에 적용 중으로, 혹시 간격이 남아 있는 부분이 있는지 계속 찾아보고 있다"며 "현재로선 쓸 수 있는 수단을 다 써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국가 전력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원전이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받으며 폐기물도 무사히 처리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한수원도 기술적으로 다른 방법이 있을지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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