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욕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보다는 바이든이 낫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미친 개XX"라고 욕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이 발언은 왜 우리가 트럼프보다 바이든을 더 선호하는 미래의 미국 대통령이라고 느끼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리는 어떤 (미국) 대통령과도 일할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나는 바이든이 우리 러시아에 더 적합한 대통령이라고 믿는다"라며 "그가 방금 말한 것으로 판단하면 내가 전적으로 옳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신들은 내게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물었다. 나는 그때도 이렇게 답했다"면서 "나는 지금도 되풀이해서 말할 수 있다. 바이든이다"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금 행사 연설 도중 "우리에게는 푸틴 저 인간 같은 미친 'SOB'(son of bitch, 개XX)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늘 핵 분쟁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침공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2년째 적극 지원해온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최근 러시아의 대표적 반정부 시민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의문사하자 비판 수위를 한층 높여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백악관은 나발니 사망과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책임을 묻는 강력한 패키지 제재 방안을 이번 주에 발표한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나발니의 죽음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의 하원 통과에 제동을 걸고 있는 공화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이와 함께 11월 대선에서 재대결이 유력한 트럼프와 푸틴의 밀월 관계를 싸잡아 공격할 호재이기도 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부터 줄곧 푸틴 대통령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실제로 나발니 사망과 관련해 푸틴을 직접 비판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대선 후보 경선을 벌이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이를 신랄히 공격하고 있고, 공화당 내 보수파조차 트럼프 전 대통령의 '푸틴 편들기'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측으로선 푸틴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부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거친 도발에 맞대응하지 않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오히려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더 좋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국영 로씨야1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가 러시아에 더 좋으냐'는 질문에 "(내 선택은) 바이든이다. 그는 더 경험이 있고 더 예측 가능한 인물이며 구식 정치인"이라고 답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과의 밀월 관계로 지탄을 받고 있는 트럼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다가 결별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크렘린궁에선 축하 파티가 열릴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언급은 속임수라고 주장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