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댁에 로봇 한 대 놓아 드려야겠어요." 이런 대화를 나눌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빅테크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휴머노이드는 사람의 형태를 닮은 로봇이다. 키 155~175㎝, 몸무게 70㎏ 안팎의 일반 성인 체형을 가지고 사람의 동작을 따라 배우고 사람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AI 두뇌를 갖춘 형태로 두 발과 두 팔, 다섯 손가락을 제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로봇 스스로 환경을 인식하고 학습할 수 있는 AI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동이 제한적이고 적용 범위가 좁았던 1세대 휴머노이드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휴머노이드 로봇은 테슬라의 옵티머스다. 스퀏과 요가 자체를 취할 정도로 안정적인 균형감을 보이고 손가락으로 계란을 집어 들고 세탁물을 접을 만큼 섬세하고 다양한 조작을 해낸다.
아직은 완전 자율 수행을 하지 못하지만 움직임의 속도와 유연성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앞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노동자보다 많아질 것"이라며 2040년에는 전 세계 10억대의 휴머노이드가 존재할 것이라 예측했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있지만 유독 사람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사물과 구조물들, 환경 일체가 사람에게 최적화되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물건이나 각종 기기의 위치나 배치 역시 사람의 신체구조와 행동패턴에 맞춰져 있다. 로봇이 인간을 모방해 작업을 수행한다고 전제하면 아무래도 휴머노이드가 가장 효율적이다.
기술매체 '아이트러플이(IEEEE) 스펙트럼'에 의하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7개 이상의 업체가 올해 안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판할 계획이다. 업계에서 2024년을 로동자(로봇+노동자)시대 원년으로 전망한다.
스타트 업이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장 도입이 구체화된 기업도 적지 않다.
최근 부쩍 빅테크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 MS와 오픈AI가 투자한 휴머노이드 기업으로 제프 베조스와 엔비디아, 아마존, 인텔, 삼성, LG 등이 합류, 6억7500만달러(약 90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피규어 AI는 2022년 테슬라와 보스턴 다이내믹스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스타트 업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위험하고 단조로운 일을 수행하도록 하고, 부족한 노동력 문제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주요 적용분야는 제조, 창고업, 해운물류, 소매업 등이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세미콘 코리아2024'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세미콘 코리아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박람회로 올해에는 500여개의 국내외 반도체 기업이 참여했다. 2024.01.31 choipix16@newspim.com |
피규어 AI 휴머노이드 로봇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최근 로봇의 커피 머신 작동 영상을 공개한 피규어 AI. 동영상 속 로봇은 커피를 달라는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듣고 머신의 뚜껑을 열고 커피 캡슐을 넣은 다음 뚜껑을 닫고 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러 한 잔의 커피를 만든다. CEO 브렛 애드콕은 "피겨원의 동작은 사람이 커피머신을 다루는 비디오를 보고 따라 배운 것"이라 밝혔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정교한 손 움직임에 학습능력까지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규어 AI모델 '피규어01'은 곧 BMW 미국 공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전기로 움직이는 1m60, 60㎏의 피규어01은 1초당 1.2m를 움직일 수 있으며 20㎏의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다. 5시간마다 밥 먹는(충전) 시간만 빼고 맡은 일에만 집중하는 믿을만한 로동자인 셈이다.
피규어01이 투입될 미국 스파턴버그 조립공장은 현재 직원 1만1000여명이 BMW의 SUV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피규어01은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학습 후 12~24개월 이내에 차체 조립, 판금, 창고 작업 등 위험하거나 단조로운 공정에 투입될 예정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동차 생산라인에 투입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픈AI가 투자한 또 다른 휴머노이드기업 '1X 테크놀로지스(1X Technologies)'도 눈 여겨 볼 만하다. 2014년 설립된 노르웨이 휴머노이드 로봇회사 1X 테크놀로지스는 그 동안 바퀴 달린 휴머노이드 로봇 '이브(EVE)'의 개발 및 보급에 주력했지만 최근 시리즈 B펀딩에 성공하면서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네오(NEO)'의 상용화 계획을 밝혔다.
[사진=인튜이티브 서지컬 홈페이지] |
일상적인 가사 보조 등 집안 내 광범위한 용도로 활용될 예정인 네오는 오픈AI의 대형언어모델(LLM)을 적용해 인간이 자연어로 된 명령어를 보내면 챗GPT가 이를 인식해 로봇을 움직이는 코드로 바꾸고, 최종적으로 로봇이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로 개발 중이다.
오리건 주립대 연구진이 설립한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Robotics)도 휴머노이드 선두 기업 중 하나다. 애질리티는 2022년 말부터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의 로봇 연구개발 현장에서 '디지트(Digit)'모델을 시험 중이다. 아마존 물류창고에는 현재 75만대 이상의 로봇이 배치돼 있으나 2족 보행 로봇은 디지트가 처음이다.
디지트는 소비자들이 주문한 물건을 담는 데 쓰이는 빈 상자를 운반하는 단순 반복적이고 육체적으론 힘든 일을 맡고 있다. 애질리티는 지난해 9월 오리건 주에 연간 최대 1만대의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공장인 '로보팹(RoboFab)'을 열었다. 디지트 역시 LLM 기술을 학습해 인간의 명령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능을 고도화 중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1.17 mj72284@newspim.com |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22년 11월 발표한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보고서에서 향후 10~15년 내에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6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 추정하며 인력이 부족한 제조업과 노인 돌봄 부문을 주요 수요처로 들었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을 넘어 명령대로 정확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려면 공학적인 기술이 받쳐줘야 한다. 복잡하고 비싼 액추에이터(구동기)와 작동하는 동안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 인간의 종합적인 운동능력을 따라잡지 못하는 움직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하지만 핵심은 이미 충족되었다. AI가 로봇과 결합하면서 '몸'이 주어졌다는 것.
AI는 이제 로봇이라는 신체를 통해 경험하고 멀티모달의 오감센서를 통해 지식을 만드는 인간의 현실 세계로 들어섰다. AI 로봇은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경험을 쌓아가며 학습하고 빠른 속도로 향상될 것이다. 말 만하면 다해주는 휴머노이드, 반갑지만 두렵기도 하다. 우리가 만든 지적 존재가 어느 새 옆자리로 밀고 들어왔다. 지금이야 말로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진지하게 공존을 준비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하민회 이미지21대표(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