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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발에 오줌누기' 같은 KDI의 저출산 해법

기사등록 : 2024-02-2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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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대기업·좋은 일자리 부족 저출산 등 주요원인
지나친 대증적 진단…이탈리아 우리보다 조금 높아
"중기 지원책 구조조정 넘어 대·중기 구분도 없애야"

[서울=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7일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좋은 일자리로 대변되는 대기업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 저출산 등 우리 사회의 현안과제들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된 논지다. 이날 보고서를 작성한 고영선 선임연구위원은 "좋은 일자리 부족은 우리사회에서 대학 입시경쟁의 과열과 사회적 이동성의 저하, 출산율 하락과 여성 고용률 정체, 수도권 집중 심화 등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고영선 KDI 선임연구위원이 지난해 12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2023 제7차 일자리정책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2.18 choipix16@newspim.com

이를 뒷받침한 대표적인 논거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에서 우리나라 대규모 사업체의 일자리 비중이 가장 낮다는 점이었다.  또 좋은 일자리로서 대기업 일자리 확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임금과 근로조건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2022년 기준으로 국내 5~9인 사업체의 임금은 대기업으로 분류하는 300인 이상 사업체의 54%에 불과하고 100~299인 사업체의 임금도 71%에 그쳤다.

임금 뿐만 아니라 근로조건도 상대적 차이가 컸다고 KDI는 분석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 출산휴가제도가 필요한 사람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30%에 달했고 육아휴직제도는 이 비율이 50%에 달했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체는 이 응답 비율이 5% 미만이었다.

KDI의 이같은 지적은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하다. 당장 여성 한 명이 평생동안 출산하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간신히 0.7을 넘어섰으며 저출산이 악화되면서도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줄지 않고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공동화 현상은 날이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국내 최고의 국책연구기관인 KDI의 처방치고는 지나치게 현안 문제에 대한 인식과 처방이 대증(對症)적이며 단선적이다.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어 있거나 혼재돼 있고 논리도 지나치게 비약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보다 대기업 일자리(300인 이상 사업체)의 비중이 크다고 지적한 부분에서 대표적으로 비교 대상이 됐던 독일(OECD기준 250명이상 41%)과 스웨덴(44%) 등은 대기업 못지 않게 강한 중소기업, 이른바 강소(强小)기업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의 주요 부분을 담당하는 국가들이다. 강소기업의 대표적인 국가인 이탈리아의 경우도 KDI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50명이상 기업이 차지하는 일자리비중이 우리보다 조금 높은 20% 초반에 그치고 있다. 

KDI 자료에 따르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전후해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의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그 후에 다시 늘어나기는 했으나 그 추세가 뚜렷하지 않다. 대신 20인이상 299명까지의 중소기업 숫자는 다시 늘어 20인이상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일자리의 비중이 외환위기 이전인 1993년 수준인 50%를 넘어서고 있다. 

단군이래 최대의 경제위기라는 IMF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 등 두차례 큰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는 크게 모습이 바뀌었다. 스마트폰 출시,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세계적인 기술의 진보로 주력산업의 변화가 크게 있었으며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에 따라 유튜버 등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자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여기다 한국사회의 '지속 가능성'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저출산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4월 총선에 나서는 여야 정치권은 저출산해법을 공약으로 내놓고 국민의 판단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KDI는 이날 보고서의 결론으로 중기 지원책에 대한 구조조정을 제안했다. 중소기업의 피터팬 증후군 등 기업의 규모화(scale-up)를 저해하는 정부의 지원 정책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과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출자총액제한 등 대기업 경제력집중 관련 정책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진단에서의 지적과 별개로 처방에는 부분적으로 동의할 만하다. 독과점의 폐해에 대해서는 공정한 시장의 관리자로서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지만 현재의 우리의 대기업 억제정책은 많은 정치적 변용과정을 거치면서 시장이나 민간에서의 '역동성'을 해치는 수준이 도를 한참 넘어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정책 등에서 기업이나 민간의 공정한 경쟁을 관리하는 최소한의 개입이나 국가경제가 새로운 성장의 출구를 찾는 길에 도움을 줄 뿐이다. 이밖의 것은 경쟁을 통해 시장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다. 크게 보면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의 구분도 불과 수년 사이에 급속히 바뀌는 21세기의 기술의 진보와 세계적인 경제구조의 변화에는 낡은 개념이다. 

ojh11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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