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중국발 과잉공급으로 석유화학 업계의 실적 부진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LG화학은 되레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렸다. LG화학은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당분간 고부가, 친환경 제품을 중심으로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여수공장 용성단지. [사진=LG화학] |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지난해 14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건설·가전 전방산업 수요 부진이 지속된 데다 원료가격 상승으로 주요 제품의 수익성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발 불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LG화학을 비롯한 국내 석화업계의 큰손이었다. 하지만, 2018년부터 석유화학 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하며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다. 이후 중장기 계획을 바탕으로 꾸준히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을 높이는 추세다. 시장에서는 내년 중국의 기초유분 자급률이 100%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상황에서 LG화학은 석화부문 R&D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업계 일각에선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은 최근 몇 년 사이 석화부문 기술개발(R&D)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2021년 1840억원 수준이었지만, 2022년엔 2160억원까지 늘렸다. 지난해에는 2320억원으로 불황 속에서도 1년 만에 약 7%를 확대했다. LG화학 측은 올해 R&D 투자 규모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 보다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투자할 것이 유력하다. 최근 주요 제품의 수익성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POE, CNT, IPA 등 고부가제품은 견조한 수익성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증설로 석화업황 자체가 힘든 상황이지만 고부가 제품 쪽은 전망이 좋은 편"이라며 "지금 당장 힘에 부친다고 투자를 멈추면 미래 시장을 잃게 되는 거라 투자를 지속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실제로 LG화학은 올해 대산 POE 10만톤, 여수 C3-IPA 6만톤, 대산 PBAT 5만톤 증설을 완료하는 등 고부가 사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 소재 분야에 대한 투자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소재는 기초 소재와 달리 추가적인 공정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친환경 소재 분야는 당장 매출이 크지는 않지만, 규제 산업이라 전망이 밝다.
앞서 LG화학은 최근 식물 기반 제품과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옥수수를 발효시켜 얻은 젖산으로 만든 대표적인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PLA를 생산할 계획이다. PLA는 인체에 무해해 주로 식품 용기나 빨대, 생수병, 식기류, 티백 등에 쓰인다. 전 세계 바이오 플라스틱 수요 규모는 2021년 107억 달러였지만, 2026년 297억 달러로 연평균 22.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관계자는 "석화부분은 중장기적으로 COTC 등 대규모 증설에 따라 공급 과잉 제품군이 확대돼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고부가 및 신성장 사업에 대한 포트폴리오 강화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산과 여수에서 POE, PBAT 등을 증설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며 "향후에도 포트폴리오 고도화해 다운스트림 경쟁력 높이고자 하며 장기 경쟁력 확보 어려운 제품을 고수익 제품으로 전환 등 향후 사업 구조 변혁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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