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부동산 관리회사는 직접점유자가 아닌, 점유보조자에 해당돼 건물 화재 시 공작물 책임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임차인 A사 등이 부동산 관리회사인 B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집합투자업자 등에 대한 청구는 인용하고 B사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집합투자업자인 C씨는 2013년 4월 투자신탁형 사모부동산집합투자기구를 설정하고 신탁업자 D씨와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D씨는 투자신탁재산으로 성남시 분당구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건물 중 일부를 A사에 임대했으며, C씨는 B사에 건물의 운영 및 유지 관리 등을 포함하는 자산관리 업무를 위탁했다.
이후 2015년 12월 해당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화염이 A사가 임차한 부분까지 확대돼 A사는 각종 전산장비, 집기, 부품 등이 훼손되는 등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A사는 B사와 C씨 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C·D씨 등에 대한 청구는 인용하고, B사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화재가 발생한 주차장의 직접점유자로서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른 공작물 책임을 부담하는 주체는 집합투자업자와 신탁업자"라며 "타인의 지시를 받아 공작물에 대한 사실상 지배를 하는 자는 점유보조자에 불과하므로 공작물 점유자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르면 공작물 책임을 부담하는 점유자는 공작물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그 설치나 보존상 하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공작물을 보수·관리할 권한 및 책임이 있는 자를 말한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집합투자업자는 부동산관리회사에 건물에 관한 관리 등의 업무를 지시하고, 업무보고를 받으며 예산 범위 내에서 건물의 유지 관리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한 점 등을 종합하면 화재가 났던 주차장 천장 부분에 관한 직접점유자로서 공작물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신탁업자는 소유자 지위에 있으면서 건물의 보관·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대외적으로 건물에 대한 관리 처분권을 행사한다"며 "건물의 일부를 나눠서 임대한 당사자라는 점을 종합하면 집합투자업자와 함께 주차장 천장 부분에 관한 공동의 직접 점유자"라고 부연했다.
반면 재판부는 부동산 관리회사에 대해 "집합투자업자의 점유를 돕기 위해 건물을 사실상 지배한 것이어서 민법 제195조에 따른 점유보조자의 지위에 있을 뿐이므로 공작물 점유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집합투자업자와 신탁업자가 부담하는 공작물 책임에 대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발생시켜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경우 고유재산으로도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속하는 채무에 대해 신탁재산만으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유한책임신탁의 등기가 없는 이상 유한책임신탁으로서의 효력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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