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올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지방 분양시장은 찬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주택경기 불확실성과 고금리 영향으로 투자수요가 감소하면서 지역간 양극화가 뚜렷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방은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는 만큼 조기 분양물량 소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분양 확산이 유동성 악화로 이어지는 만큼 지방, 중소건설사의 줄도산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 브랜드 파워 갖춘 대형사도 지방에서 안 통해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며 지방 분양시장에서 흥행에 실패하는 단지가 늘어나면서 자금 압박을 느끼는 건설사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 4일부터 분양한 울산 '힐스테이트 문수로 센트럴'는 559가구 모집에 52명 신청에 그쳐 평균 경쟁률이 0.09대 1에 불과했다. 3개 주태형 모두 청약 미달했으며 507가구가 잔여 가구로 남았다.
주택시장이 냉각되면서 지방, 중소 건설사의 자금난이 우려되고 있다. 지방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핌DB] |
분양가가 수도권 못지 않은 9억2000만원(전용 84㎡, 최고가)에 달하는 데다 울산 지역에 주택수요가 감소한 게 흥행 실패의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지난달 현대건설과 동양이 함께 분양한 충남 천안 '힐스테이트 두정역'은 945가구 모집에 654명이 신청해 청약접수가 미달됐다. 일반분양 가구의 39%인 372가구를 무순위, 선착순 등의 방식으로 팔아야하는 상황이 됐다. 비수도권 중 중소도시 중 가장 분양 실적이 좋았던 천안 분양시장도 악화일로다.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수요 감소로 매물 소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1년 내 공급된 '천안역 경남아너스빌 어반하이츠', '북천안자이 포레스트(2차)', '천안 백석 센트레빌 파크디션' 모두 쓴맛을 봤다.
대구 서구에서 공급한 대우건설의 '반고개역 푸르지오'는 239가구 모집에 19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0.08대 1로 마감했다. 대구가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주택시장 상황이 악화했고 역세권 단지지만 주변시세보다 비싼 7억3900만원(전용 84㎡, 최고가)에 분양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미분양 확산세...지방·중소 건설사, 유동성 리스크 확대
투자심리 위축으로 지방 분양시장의 냉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자금운영에 부담을 느끼는 건설사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대형 건설사보다 지방, 중견 건설사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사업성과가 부진할 경우 신용등급이 낮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대출 연장이 어렵고 신규 대출을 받기도 만만치 않다. 일부 대형사처럼 그룹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주택 사업이 자체사업이나 책임준공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미분양 단지가 발생하면 바로 기업 부실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주택공급이 평년보다 줄었음에도 미분양 주택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3755가구로 전달 6만2489가구보다 2.0%(1266가구) 증가했다.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2월 7만5438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9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1363가구로 전월(1만 857가구) 대비 4.7% 늘었다. 청약접수에서 흥행 실패한 단지가 늘어난 것도 미분양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중견 건설사 재무담당 관계자는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 사업성이 악화하고 있으나 대출이자 부담에 무작정 신규 사업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PF 만기 연장, 대출 확대 등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금력이 약한 지방, 중소 건설사의 연쇄 부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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