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단독 건조기의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모든 구조를 여러 번 뒤집었습니다."
이무형 삼성전자 DA사업부 CX팀장(부사장)은 11일 서울 종로구 태평로 빌딩에서 열린 '비스포크 인공지능(AI) 콤보' 설명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일반적으로 세탁기와 건조기가 수직으로 연결된 형태를 넘어 드럼 하나에 세탁과 건조 기능이 모두 통합된 가전제품이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인공지능(AI) 콤보'. [사진=삼성전자] |
건조 용량은 국내 일체형 제품 중 최대다. 세탁 용량 25KG, 건조용량 15KG까지 가능하다. 구체적으로는 킹 사이즈 이불을 건조까지 한 번에 끝낼 수 있고 셔츠 17장에 해당하는 분량(3kg)을 99분만에 세탁하고 보송보송하게 말릴 수 있다.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기존 드럼 세탁기, 건조기보다 훨씬 많은 부품을 집약해야 한다. 기존에 시장에 나왔던 세탁·건조 일체형 제품은 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용량과 성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구조 변경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15kg의 대용량 건조를 구현하기 위해 25kg 드럼세탁기와 동일한 크기의 드럼을 적용하고, 21kg 건조기와 동일한 크기의 대용량 열교환기를 적용했다. 뿐만 아니라 건조 중 열 손실을 최소화하는 특허 기반의 터브 일체형 유로 구조와 자체 건조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 21kg 건조기와 동일한 대용량 열교환기 적용
비스포크 AI 콤보는 수건 50장(6kg)에 해당하는 분량을 일반 건조기 수준으로 건조할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국내 사용자가 일반 건조기를 쓰는 과정에선 6kg 이내 분량을 건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열풍건조 방식의 일체형 세탁·건조기의 옷감 손상 등 문제를 해결하면서 단독 건조기에 버금가는 성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3년 가까이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이를 위해 제품의 설계 구조를 완전히 바꾸고, 일체형 세탁·건조기 기준 최대 수준의 히트펌프 기술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설계 공간이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혁신을 위해 기존 건조기 아래 쪽에 있던 히트펌프(컴프레서+열교환기)를 상단에 최적화한 형태로 설계해 배치하고, 기존 상단에 있던 세제 자동투입 장치는 하단으로 재배치하는 등 설계부터 부품 배치까지 핵심 기술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비스포크 AI 콤보에 고효율 인버터 히트펌프를 갖추면서 최적의 부품 설계를 적용, 일반 21kg 건조기와 동일한 크기의 대용량 열교환기를 적용했다.
히트펌프는 냉매의 순환을 통해 공기의 온도·습도를 변화시켜 옷감의 수분을 날리는 방식이다. 건조한 공기가 드럼 안을 순환하며 빨래를 말리고, 빨래를 거친 습한 공기는 열교환기를 거치며 습기를 빼앗겨 제습이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대용량 열교환기를 적용해 순환하는 공기의 접촉 면적을 월등히 넓혀, 빨래가 더욱 잘 마를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인공지능(AI) 콤보'. [사진=삼성전자] |
◆ 에코버블, 고효율 히트펌프로 에너지 효율 극대화
비스포크 AI 콤보는 에너지 절약도 고려됐다. 세탁은 찬물에서도 빠르고 깨끗하게 빨래를 할 수 있게 하는 '에코버블' 기술, 건조는 고효율 히트펌프 적용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 제품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으로, 세탁물 1kg당 세탁 시 소비전력량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최저 기준보다 40% 낮다.
또 스마트싱스를 통해 비스포크 AI 콤보의 AI 절약 모드를 설정하면 세탁 시 최대 60%, 건조 시 최대 30%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하이브리드 건조 사이클을 활용해 사계절 내내 강력한 건조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한다. 드럼 내부의 초기 온도를 빠르게 상승시킨 이후 저온으로 건조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일반 건조기에 사용하는 디지털 인버터와 고효율 히트펌트 기술, 환경 조건에 따라 히트펌프와 히터를 복합 운전해 최적의 성능을 구현했다.
◆ 7형 대화면 디스플레이, 빅스비로 생활편의 지원
비스포크 AI 콤보는 고성능 칩과 타이젠 OS를 기반으로 7형의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제공해, 세탁·건조의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 다양한 생활편의 기능까지 지원한다. 7형 디스플레이에서는 세탁·건조를 제어하는 한정된 역할에서 벗어나 '맵뷰'로 집안의 공간별 상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또 모든 스마트 가전·기기들을 바로 제어할 수도 있어 일상에 필요한 일들을 간편히 해결할 수 있다.
직관적인 터치 조작뿐 아니라 빅스비를 통해 "세탁기 문 열어줘", "AI맞춤코스 시작해줘" 등 사용자가 직접 행동하는 대신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고, "오늘 날씨 어때", "거실 에어컨 온도 내려줘" 등 연결 경험도 음성명령으로 더욱 편리해진다.
이무형 삼성전자 DA사업부 CX팀장(부사장). [사진=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 콤보를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도 내세울 전략이다. 이 부사장은 국내 시장 공략에 대해 "지난해 국내에서 드럼 세탁기가 100만대, 건조기가 83만대 정도 팔렸는데 아직 건조기 보급률은 30% 정도 수준이다. 이번 비스포크 제품을 통해 건조기 시장에서의 보급률을 높여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판매에 대해선 "900폭 되는 외관을 가져서 한국이랑 미국 시장을 주력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유럽은 폭이 작은 24인치 쓰고 있어 설치환경 때문에 우려된다"고 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