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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늘봄 프로그램 질 낮아 학생 이탈…국고 낭비"

기사등록 : 2024-03-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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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강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내용이 수당에 비하면 너무 질이 떨어집니다. 국고 낭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들, 부모들이 실망해서 이틀 만에 (늘봄학교를) 그만둔 아이들이 반에 2-3명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저출생 주요 정책인 '늘봄학교'가 졸속 시행으로 인해 수업 파행이 발생하고 있다는 현장 증언이 잇따랐다. 프로그램에 지급하는 정부 수당에 비해 질이 낮아 그만두는 아이들이 속출하는 등 국고 낭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5일 경기도 하남 신우초등학교에서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 주제로 열린 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앞서 늘봄학교 방송댄스 프로그램을 참관하며 학생들과 댄스동작을 함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늘봄학교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4~11일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611개 초등학교 관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은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설문 결과 1학기 늘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강사의 유형으로 응답자의 53.7%가 교사(정교사·기간제교사 포함)라고 응답했다. 나머지는 방과 후 강사 또는 돌봄전담사 등이었다.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17.3%였다.

기간제교사를 채용하지 못한 경우 기존 교원이 투입된 경우는 55.5%였다. 교육공무직, 행정직 인력이 투입된 경우는 17.5%, 별도 인력 채용은 27%였다.

전교조는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지 못하거나 기간제 교사가 채용되자마자 행정 업무를 처리하기 어려운 학교의 경우 교감, 교사 등 기존 교원도 업무에 투입된다"고 했다.

기간제 교사가 채용되지 않은 이유로는 81%가 '채용 공고에 지원한 사람이 없음'이라고 답했다.

초등교원 자격 소지자를 기간제 교사로 채용한 경우는 연령대가 '60대 이상'이라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50대 28.6%, 20-30대 25.4% 순이다.

중등교사 자격 소지자를 기간제 교사로 채용한 경우는 연령대가 '40~50대'라는 응답이 55.3%였다. 20~30대도 37.0%로 나타났다.

늘봄 기간제 교사의 교원 자격과 담당 교과가 다른 경우도 29.9%나 됐다.

교사들은 공간 부족으로 교육과정 운영과 업무에 악영향이 발생하며, 늘봄 강사로 교사를 투입해 수업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늘봄교실로 1학년 교실을 사용해 한글 미해득 학생 보충 지도를 할 수 없었고, 교사의 별도 업무 공간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늘봄 공간으로 특별실(과학실, 도서관 등)을 활용하기 위해 특별실 활용 수업을 축소하거나 교육과정을 무리하게 변경해야만 했다고 호소했다.

무분별한 기간제 교사 채용으로 교육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들은 채용된 기간제 교사가 지나치게 고연령이거나 저연차일 경우 늘봄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어 기존 교원을 대체 투입하고, 채용한 기간제 교사가 초등 저학년 지도에 어려움을 겪어 담임교사가 함께 수업에 들어가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늘봄학교를 긴급하게 운영해야 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 1학년 선생님들은 교육과정이 바뀌어서 새로 교재연구 및 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교실까지 내어줘야 하는 상황이라 어렵다. 너무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다", "일괄적인 예산투입과 학교 실태를 고려하지 않는 정책으로 현재 늘봄 대상자가 없는데도 늘봄 전담사가 왔다. 그로 인해 필요한 예산이 모두 삭감돼 운영이 힘들다"는 제보도 있었다.

전교조는 "정부는 아무 문제 없이 늘봄학교를 추진할 수 있을 것처럼 각종 홍보와 광고에 몰두했으나, 늘봄 실무를 도맡아야 했던 학교 현장은 결국 각종 문제에 직면했다"며 "학교에 모든 책임과 업무를 떠넘기는 늘봄학교는 돌봄의 공공성도, 교육의 질도 담보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 정부가 돌봄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이미 존재하는 지자체 돌봄 기관들과 학교 돌봄을 연계할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ogiz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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