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웹툰을 고스란히 영상으로 옮길 수 있을까? 이병헌 감독의 '닭강정'은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그것도 상상력의 끝을 보여주는 기상천외한 웹툰을 영상으로 옮겼다. 등장인물의 의상과 배꼽 잡는 대사까지 거의 카피 수준으로 재생해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포스터.[사진 =넷플릭스 제공] 2024.03.15 oks34@newspim.com |
박지독 작가의 원작 웹툰은 황당하면서도 기발하다. 게다가 재미있다. 동명의 원작을 넷플릭스 10부작 시리즈로 만든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를 구출하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고백중(안재홍)의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민아(김유정)의 아빠 최선만 사장(류승룡)이 운영하는 모든기계는 직원이 고작 두 명 뿐이다. 딸바보인 아빠 최선만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고백중은 닭강정으로 변해버린 민아를 위해 사투를 벌인다. 닭강정으로 변한 김유정은 잘 안보이는 대신 류승룡과 안재홍은 거의 '버디무비' 수준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간다, 그렇다고 김유정이 닭강정으로 변해서 출연료를 날로 먹은 것은 아니다. 닭강정이 김유정이 아닌 다른 배우였다면 극의 몰입도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할 정도로 김유정은 닭강정에 최적화된 배우였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닭강정'에서 환상적인 콤비 연기를 펼쳐보이는 류승룡과 안재홍(완쪽). [사진 =넷플릭스 제공] 2024.03.15 oks34@newspim.com |
이미 '극한직업'에서 이병헌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류승룡은 천만영화 배우답게 극의 중심을 잡는다. 닭강정을 바라보는 류승룡의 애처로운 눈빛 때문에 닭강정이 김유정처럼 느껴진다. 극중 싱어송라이터 지망생이자 인턴사원으로 변신한 안재홍은 그가 왜 대세배우인지를 확실하게 증명해 보인다. 최근 넷플리스 시리즈 '마스크걸', 드라마 'LTNS''멜로가 체질'등에서 빼어난 생활연기를 보여줬던 안재홍은 마치 웹툰 속에서 튀어나온 듯하다. 노란바지에 청색조끼를 입고 진지한 표정으로 코믹연기를 소화하는 안재홍은 또다른 이유로 '만찢남'(만화를 찢고나온 남자)이다.
드라마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카메오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에서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한 정호연이 맛 칼럼니스트이자 고백중의 구 여친 홍차 역을 맡았다. 박진영은 유태만의 잘생긴 형 유태영으로, 고창석은 고백중의 노란팬츠의 원흉(?)인 고집불통 아버지로, 그리고 문상훈은 의문의 기계와 얽혀있는 정효봉으로 분한다. 그리고 닭강정 맛집인 백정 닭강정 집의 4인방인 김태훈, 황미영, 정순원, 이하늬는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닭강정'의 주인공 류승룡. [사진 = 넷플릭스 제공] 2024.03.15 oks34@newspim.com |
'닭강정'을 보면서 자꾸만 극한직업'과 비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감독에 그 주연이었기에 더더욱 그렇다. 두 작품 모두 닭이 소재다. 결론부터 말하면 쉴새없이 몰아쳤던 '극한직업'에 비해서 몰입도가 떨어진다. 전체 시리즈의 길이가 30분짜리 10부작이다. 매 회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자막이 올라가는 시간을 뺀다면 그리 길지 않은 드라마다. 두 시간짜리 영화와 비교할 수 없지만 쉴 새 없이 몰아쳤던 '극한직업'의 코믹과 액션을 떠올린다면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눈물 나게 웃기고, 가슴이 훈훈해지는 드라마여서 이리저리 뒤집으면서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다만 그리 길지 않기에 맛있게 튀긴 닭강정을 아껴서 먹듯이 천천히 음미하면서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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