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가 그동안의 투자를 통해 전 세그먼트에 순수 전기차를 출시했음에도 전동화 전환 목표를 5년 연기했다. 업계에서는 벤츠의 전동화 전환 연기에 대해 가격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 때문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최고 경영자는 최근 현지 인터뷰를 통해 전동화 전환 목표를 5년 연기하고 투자자들에게 내연기관 모델을 계속해서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벤츠는 당초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한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의 최대 50%로 늘릴 계획이었지만, 이를 5년 연기한 것이다.
EQE SUV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
그러나 벤츠 측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올해도 최상위 버전인 마이바흐의 첫 번째 전기차와 G클래스의 첫 번째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으로, 기존 로드맵에 따른 전기차 출시가 차질없이 이어지고 있다. 벤츠 관계자는 "아직은 본사에서 공유받은 전동화 전환 로드맵에서 큰 변화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벤츠는 이미 그동안의 투자를 통해 각 세그먼트 별로 순수 전기차를 출시했고, 1회 충전시 10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를 개발하는 등 기술력도 갖춘 상태다. 다양한 선택지를 갖춰 지난해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매한 브랜드가 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벤츠의 전동화 목표 연기를 전기차 시대를 늦추려는 의도로 분석한다. 한 유럽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원료의 상당부분은 중국 의존도가 크며 전기차 최대 시장도 중국"이라며 "중국에서 타국 브랜드의 전기차가 사실상 판매되지 않는 상황에서 너무 빨리 전기차로 전환하면 유럽산 자동차 업체들의 매출이 급감할 것이라는 분석"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EQS SUV[사진=로이터] |
이 관계자는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전기차 전환이 더 늦춰질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자동차의 원조인 유럽에서는 자국 산업 보호가 중요하다"라며 "자동차의 주도권을 중국이나 한국 등 아시아에 뺏기면서까지 전기차를 보급하기 싫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영국 총리가 지난해 4월 '모든 가정에 5000~1만 파운드의 청구서를 내면서까지 전기차를 보급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라며 "독일도 중국에 비해 전기차 상품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합성연료를 통해 사실상 내연기관 수명을 연장하려고 하고 있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전기차 경쟁력이 좋아질 때까지 보급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전기차협회 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존 완성차 업체가 돈을 버는 것은 전기차가 아니라 내연기관차이기 때문에 유럽 업체들이 이를 연장하려는 것"이라며 "기존 제작사는 노하우를 갖고 있는 내연기관차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테슬라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가성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데 약 5년 정도는 하이브리드 등이 강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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