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국내 H&B(헬스앤뷰티) 시장에서 CJ올리브영의 입지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소속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하면서 이제 남은 건 '한국의 세포라'로 불렸던 신세계의 시코르가 유일하다.
그러나 시코르도 상황이 좋지 않다. 올리브영이 90%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면서 매장 수는 점차 줄어들고 매출액 달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코르가 내세운 'PB상품 및 온라인 강화' 전략도 현 위기를 타개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코르 매장 [사진=신세계] |
◆'한국의 세포라' 시코르…같은 패착 요인 안고 있어
24일 업계에 따르면 2019년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올리브영 적수로 떠올랐던 세포라는 2년 연속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다 지난 19일 결국 시장에서 전면 철수했다.
이 가운데 CJ올리브영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CJ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리브영의 매출액은 3조8612억원으로 2022년 2조7775억원 대비 4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년여 만에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이다.
현재로서 올리브영의 적수로 남은 것은 시코르가 유일하다. 그러나 시코르는 세포라와 같은 패착 요인을 안고 있다.
세포라의 실패 요인으로 '독점 브랜드'가 없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세포라는 백화점에 입점한 뷰티 편집숍인데, 백화점 소비자가 1층에 널린 뷰티 브랜드에서 대우받으며 물건을 구매하는 대신, 굳이 브랜드가 모여있는 편집숍을 향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시코르 또한 오프라인 매장 대부분이 백화점이나 스타필드에 입점해 있다. 소비자가 굳이 시코르로 향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
◆ PB상품·온라인 강화 내놓았지만…획기적 전략 필요한 시점
이 때문에 시코르는 지난해부터 온라인‧PB상품 강화 등 방향 선회를 꾀하기도 했다.
다만 이미 올리브영이 같은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을 선점했고, 이에 더해 쿠팡이나 컬리 등 이커머스 업계도 뷰티 업계에 뛰어들면서 시코르의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드는 추세다.
시코르는 론칭 3년 만 30호점으로 정점을 찍은 후 매장 개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24년 기준 매장 수는 24개다. 또 2021년 온라인 전환을 강화하며 2024년까지 매출 1500억원을 올리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불투명한 상태다.
시코르는 아직 전략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명한 건 세포라의 철수가 시코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존과 다른 획기적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